16년 전 벌어졌던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다시 심리한 법원이 10년간 옥살이한 최 씨(3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관들의 영달에 희생양이 되었던 홍안의 소년은 청년기를 송두리째 잃고 나서야 누명을 벗게 된 것이다.

이 판결의 방점은 경찰이 불법 체포·감금 등 강압적인 방법으로 나약한 소년에게서 받아낸 허위자백을 밝혀냈다는 점에 찍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꿈 많은 소년의 인권을 짓밟고 사법정의를 왜곡한 경찰관들은 처벌할 수가 없다.

특히, 최 씨가 억울한 옥살이를 보상받을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공소시효도 그렇다 하지만, 원심법원이 최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었기 때문이다. 재심이 열릴 수 있었던 것은 최씨 쪽이 제시한 새로운 증거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릇된 공권력 사용을 제어하는 장치가 취약하고, 피해자 구제장치가 허술한 것이 이 나라의 실상이다.

인간의 존엄성보다 사법체계 보호장치가 더 크다는 방증이다. 이번 최 씨 누명 사건은 사법체계는 인권을 모토 삼아야 한다는 역설이다.

법원이 자신의 과거 실수를 반성하고 최 씨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하는 이유다. 또, 경찰은 당시 가학 수사로 경찰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린 관련자들에게 가용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불이익을 안겨 줌으로써 조직 내부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검찰은 최 씨에 대한 무죄 선고 직후에 13년 전 자신이 실제 살인범이라고 자백했던 김 씨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김 씨와 그의 친구가 진술을 번복하고 구체적인 물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씨를 풀어주고 사건을 종결했던 경찰의 행태와 이번 검찰의 재수사가 어떻게 다를지 주목된다.

철저한 재수사로 진실을 규명하지 않고는 무너진 사법정의를 바로 세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