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 낭산 폐석산에서 맹독성 발암물질이 다량 검출된 사실이 발표됐다. 익산시와 주민대책위는 4개월 여 동안 수차례 머리를 맞댔고 수많은 대안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당장 선행되어야 할 발암물질 제거 문제는 답보상태다. 사실상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것이다.

4만여 톤에 달하는 지정폐기물을 퍼내서 재처리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 가장 큰 과제다. 각 주체들이 책임 전가에 골몰하는 배경이다. 매립업체는 그것이 발암물질인지 모르고 받았다고 주장하고, 익산시는 환경부가 일반폐기물로 인증해줬기 때문에 폐기물 검증은 자치단체의 소관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환경부 역시, 폐기물에 대한 단속·관리권은 자치단체장이 가지고 있으므로, 낭산폐기물처리장 원상복구 책임도 자치단체에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헌율 시장의 수차례에 걸친 환경부 방문과 국정감사장에서 안건으로 다뤄지는 등 정치권의 압박이 어어지자 환경부도 책임을 느끼는 형국으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주민대책위가 낭산폐석산 일원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요구한 것도 거기에서 일말의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해당 지역에 대한 재난지역 선포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자치단체가 나서서 요구해 줘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낭산 일대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경우 자치단체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지금은 시민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대로 방치하면 발암물질이 토양과 수질을 계속 오염시키는데, 여러 정황상 문제 해결이 장기화될 국면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위기의식이 배가하고 있다.

해당 지역이 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범 국가적인 관심과 조치를 이끌어내기 쉬워진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도시 이미지는 이미 실추됐고, 그보다 낭산폐기물 매립장의 발암물질을 제거하는 실익이 훨씬 크다.

익산시가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해 기민하게 나서야 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