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는 긴축재정을 이유로 올해 서동축제 예산을 세우지 않았다. 이로인해 천년 고도 익산의 고유 문화유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져가고 있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며 금마면 지역주민들이 나섰다.

금마면 번영회 등 금마지역 주민들은, 주민들로 구성 된 서동축제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분야별로 전담 직무를 세분화하는 등, 관 주도의 서동축제에서 벗어나 민간이 주도하는 지역 대표축제를 키워나갈 기구를 꾸렸다.

사실, 서동축제의 기원은 민간이었다. 1968년 구 익산군이 그 가치를 높이 사서 일부 축제 비용을 지원한 마한제를 시작으로 마한민속예술제와 서동축제로 명칭을 바꾸면서 관주도 축제로 탈바꿈했다. 이는, 서동축제가 단순히 소모성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이미지 구축은 물론, 지역경제에 직간접적인 파급 효과를 안겨준다는 사실에 매료된 데 따른 것이었다.

익산은 다른 고도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백제시대 유물과 유적이 곳곳에 실재하고, 무왕제례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무왕의 다른 이름 '서동'의 도시다. 지역 향토사학계는 마를 캐며 연명하던 백제의 서동이 신라 선화공주와 국적과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이루어낸 인물로 추정한다.

서동축제는 그러한 고도 익산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도구이자 창(窓)이며, 도시의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문화적 발전소역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무왕제례에는 백제왕족 45대 후손 오오우치 기미오씨 부부가 매년 참석해 왔고, 기탁금도 내놨다.

그런데 익산시는 해마다 서동축제 예산을 줄여 명맥만 유지해 오던 가운데, 민선 6기가 첫번째 편성한 예산서에는 서동축제 예산이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위기론이 비등해질 수 밖에 없었다. 당장 서동축제를 상징하는 한 부분인 오오우치 부부가 부여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설이 주민들을 조바심치게 했다.

익산시 서동축제에서 선발되는 서동과 경주문화원에서 선발하는 선화의 만남을 재연함으로써 문화적 가치를 극대화해 온 지역간 문화교류도 끊길 판 이었다. 무엇보다 지역 대표축제를 잃어버린 주민들의 상심이 날로 깊어지고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침몰하는 서동축제를 건져올리겠다고 나선 주민들에게는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다. 서동축제 추진위원회는 금마면 재래시장 내 2층에 본부를 꾸리고 비용마련에 나섰다. 전방위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거듭 말하지만, 서동축제는 고도이미지를 높여 지역 산물과 지역 사람, 지역 문화의 경쟁력을 높인다.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도·시의원 등 정치권과 향토기업, 기관·단체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만이 모처럼 주체적으로 나선 주민들의 뜻과 도시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또한, 익산시 역시 박경철 시장이 공약한 거버넌스를 실현하는 시정운영 차원에서라도 서동축제 예산을 오는 6월 추경에 편성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