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공직사회가 이번에는 유공공무원 포상 문제로 술렁이고 있다. 포상 절차는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이 이루어졌다. 선발과정의 투명성도 논란이 됐다.

선정 절차를 서둘러야 할 까닭이 무엇이었는가도 논란거리이지만, 인사부서가 구태여 휴일(3월 8일, 일요일)에 선발계획을 본청 각 부서와 일선에 공지한 것은 납득 할 수 없다는 게 공무원들의 반응이다. 특히 대상자 접수 마감일을 다음날(3월 9일 월요일)까지로 정한 것은, 각 부서와 일선에서 1차 선발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게다가 유공공무원 표창 수여가 접수 마감 당일(3월 9일) 간부회의 직후 이루어진 점은 중대한 절차상 하자 의혹을 낳고 있다. 익산시 포상 규칙에 따른 공적심사위원회가 시간적으로 열리는 것 조차 어려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유공자 선발계획 공지 자체도 '익산시 모범공무원 포상 운영규칙'을 위반하고 있다. 이 규칙은, 과·소장 및 읍·면·동장은 조례에 따른 서식에 공적조서를 붙여 표창예정일 15일 전에 시장에게 상신하고 표창은 공적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같은 주먹구구식 포상은 또, 이미 포상자를 내정해 놓고 형식을 짜맞추거나 다른 공무원들을 들러리 세운 것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초래했다. 이번에 포상금과 상장을 받은 유공공무원 21명이 박경철 시장의 친위대로 지칭되는 이유다. 유공공무원으로 선발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랑스러울 정도라는 우스갯소리는 거기에서 기인한다.

박경철 시장이 저의를 의심받는 신속한 절차로 포상을 왜 해야만 했는지에 대해 설왕설래한다. 그 가운데 크게 들리는 말을 간추리면 대략 두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선거법 위반 혐의를 심리한 1심 재판부가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이후 급격히 나타나는 레임덕 현상을 다잡으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하나는 박경철 시장이 익산시 의회와 지역 정치권을 대상으로 감정적인 행보를 거듭하면서 갈등과 반목을 야기하고, 그와 관련되거나 정책 시행과 관련한 독단적인 지시에 이의를 제기하는 공무원들을 몰아세우며, 불투명하고도 보복성 짙은 인사로 익산시공무원노동조합의 극단적인 반발을 산데 대한 압박감에서 비롯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위 친위대라는 이번 포상자들에 대한 지칭은, "돌격 앞으로"를 마지막까지 따라 줄 것이라는 박 시장의 기대가 가정된 조롱이다. 공무원들에 대한 포상이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시행되는 것인데 오히려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경쟁력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핵심 조건이 상과 벌인데, 상벌체계가 이렇게 문란해서야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가뜩이나 철밥통 신분들을 끝없이 경색시키면서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핑계댈 일말의 건더기라도 있겠는가.

취임 8개월만에 익산시 공조직은 창의성과 능동성을 자극하는 조직이 아닌 맹목적인 충성과 무사안일주의가 만연한 조직으로 급전직하했다. 상대적으로 저항하는 공무원은 중징계 대상이 되고있다. 누가 또 부당한 독선에 맞서려 하겠는가. 차라리 이 불안한 상태를 빨리 벗어나기를 기도하는 쪽이 편하지 않겠는가.

이번 포상자들이 정말 박 시장의 친위대가 되어 줄까. 천부당 만부당한 말씀이다. 만약 권력이 바뀔 경우 1,300여명의 공적으로 살생부 맨 상단에 오를텐데, 그런 낙인이 그들에게 오히려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그들이 부끄러워해야 하고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박 시장의 입장에서 진정으로 맹목적인 충성맨을 원한다면 포상자 밖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익산시 공직사회가 이제라도 존재의 이유를 각성하고 시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