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AI 방역체계가 5년만에 구멍났다. 지난 달 25일 신흥동에 소재한 오리사육농가에서 조류인풀루엔자(AI) 감염 의심 오리가 발견된지 사흘만인 28일 확진 판정이 난 것이다.
 

익산시는 감염 의심 오리가 발견된 날 자원봉사자와 공무원 30여명으로 구성한 살처분 대응팀을 오리농장에 투입해 오리 9,600마리를 살처분했다. 오리를 출하 하는 과정에서 실시하는 임상검사 결과 AI 양성반응이 나타났는데, 이날 예방적 살처분은 AI 대응 메뉴얼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익산 시민들의 뇌리에는 5년 전까지 2년마다 한 번씩 치렀던 끔찍한 참상이 떠올랐다. 최초로 AI가 발견됐던 2006년에는 183개 양계농가 76만6000수(보상액 87억원)의 가금류가 살처분됐고, 2008년에는 112개 양계농장의 93만7000수(보상액 83억원)를, 2010년에는 3개 농장에 걸쳐 닭 16만8000수(보상액 25억원)를 살처분 했다.

6년 동안 웬만한 산을 이룰 187만수의 가축들이 의미없는 죽음을 맞았고, 그 지옥의 행렬에 공무원을 비롯한 익산시민, 계육업계, 군인 등 수천명이 동원됐다. 살아서 또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재앙이었다. 육가공 산업은 물론 닭사육 농가, 음식점 등 관련업종은 끝모를 불황 속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헐떡거렸다.

시민들은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익산시가 재앙에서 벗어난 뒤 AI 예방체계를 강화하는 등 청정지역 사수를 위해 진력을 다해 온 이유였다. 2년마다 한 번씩 찾아왔던 죽음의 사자가 4년여 동안 익산땅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던 것은 익산시가 벌여 온 사투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긴장이 어느 순간에 해이해졌고, 익산은 하루아침에 위험지역이 된 것이다. 게다가 지난 수개월 동안 김제 등 연접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비상방역체계가 가동되고 있었던 상황에서 AI에 침투당했다. 24시간 운용된 가축질병방역대책상황실은 무엇을 했는지, 현장 방역은 어떤 상태였는지를 밝혀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책임론이 이는 이유다.

이번에 AI가 확진된 농가로 부터 반경 3km 이내에 다른 가금류 농장이 없어 집단 살처분이 더이상 없었던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하지만 AI 확산은 허술한 방역망으로부터 기인한다. 더구나 예찰지역으로 분류되는 AI 발생농장 주변 10km 이내에는 20개의 가금류 농장이 있고 41만7,500수가 사육되고 있다.

이들 가금류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는 물론, 병원균의 유입을 물샐틈 없이 철두철미하게 막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동통제초소는 적정하게 설치됐는지, 초소는 책임있게 운용되고 있는지, 가금류 수송차량이나 위험지역을 드나드는 차량들의 방역 협조는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철저하게 재점검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이동통제초소가 불충분하게 설치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책임성이 떨어지는 민간방역업자들이 소독필증을 발부하고 있어 방역망이 불안하게 운영되어 왔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초소를 통과하는 차량들이 소독을 거부하고 지나쳐도 아무런 재제 수단이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익산시가 얼마나 안일한 가를 단적으로 방증한다.

익산시 공무원들이나 지역내 공공기관 직원들의 현장파견과 치안당국의 현장지원 등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절실한 상황이다. 익산시는 소독 및 차량통제, 예찰활동이 실효성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즉각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