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현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이 실질적인 필요성에 따라 발동됐는지, 또는 사후 대책이 마련됐었는지, 익산시 감사실 및 담당부서에서 제기한 '불가론'을 묵살하고 긴급대피명령를 밀어붙인 박경철 시장의 저의가 무엇이며 여기에 절차상 위법은 없었는지를 심사할 익산시의회 청원특위가 지난 11일부터 본격 활동에 나섰다.

청원 취지에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특위는 위에 열거된 질문들에 대한 답을 도출해야만 한다. 특히, 상당성을 충족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긴급대피명령을 발동해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 절차에 위법은 없었는지를 밝히는 게 특위의 임무다.

긴급대피명령 이후 적절한 대안이 없이 장기화 될 경우 주민들이 겪게 될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그에 따른 익산시의 손실보전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책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도 밝혀야 한다. 따라서 특위의 심사과정에서 모현우남아파트의 재개발 등 현실적인 해결방안이 존재하는지를 검토하고, 아무런 대책 없이 공가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면 긴급대피명령의 철회도 검토해 집행부에 권고해야 한다.

모현우남아파트 구조물의 안전성을 진단하고 긴급대피가 근원적으로 타당했는지도 공식 확인해야 한다. 이번에 열린 특위에서 주민들이 밝힌 바와 같이 모현우남아파트에서 거주하던 주민들 대다수는, 긴급대피명령 이전까지 건물이 붕괴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 대부분이 긴급대피명령 이후에 "건물이 무너질수도 있는 상태인가보다"라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구조물의 안전진단 결과가 D급으로 판정된 이후 10년이 넘도록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를 야기한 당사자인 박경철 시장이 특위의 출석요구를 거부해 특위가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후대책도 없이 주민들을 길바닥으로 내몰았다는 주민들의 성토앞에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모현우남아파트에 거주하던 103세대 가운데 일단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으로 이주한 세대는 56세대다. 과반 이상이 빠져나간 아파트는 47세대가 지키고 있다. 이 가운데 청원을 신청한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세대는 36세대에 불과하다.

이주세대와 잔류세대 중 어느쪽이 옳은지 알 길이 없는 가운데, 주민들이 이렇게 지리멸렬한 상태에 떨어진 원인도 상당부분 익산시가 제공했다. 주민들은 당초부터 '보강'과 '재건축'파로 갈려 갈등을 빚어왔는데, 익산시가 긴급대피명령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주민들의 전체의견을 도출하지 않음으로써 분열이 더 심화됐기 때문이다.

이주민과 비대위간의 통신두절이 그 단적인 예다. 특위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이를 수용할 주체에 대한 대표성 논란이 이는 것은 위원들이 대표성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긴급대피명령 발동은 익산시가 했지만 "문제해결은 주민들의 자구노력에 달려있다"는 냉혹한 목소리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비대위 자체가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특위 위원의 지적대로 입주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는 이 부당한 현실을 박경철 시장은 결코 깔아뭉갤 입장이 아니다. 진정으로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해 긴급대피명령을 발동했다면, 자청해서라도 중지를 모으고 해법을 모색해야 할 판에 청원 특위라는 멍석을 깔아주는데도 출석을 기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행태다.

시키는대로 되지도 않는 일을 한 공무원들이 특위에 나와서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이란 말인가. 또한 공무원들과 특위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대시민 기만이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거기서부터 길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