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공무원노동조합 김상수 위원장과 익산시 안전행정국 이산재 국장이 지난달 30일 감행한 김위원장의 '박경철 시장 자진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산재 국장은 기자회견의 대표성을 문제삼았고, 김상수 위원장이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산재 국장은 익산시공무원노동조합 지도부 위원 28명에게 일일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기자회견문이 조합원의 합의로 도출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다수가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을 몰랐으니 기자회견 자체가 위원장의 독단적인 결정하에 진행됐다는 것이다.

김상수 위원장은 이미 지난달 지도부 회의와 대의원 대회에서 법원의 판결이 당선무효형에 해당 될 경우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고 반박했다. 다만,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 내용이나 발표 형식은 묵시적으로 집행부에 위임 된 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산재 국장이 지난 3일 주재한 간담회는, 익산시노동조합 위원장이 노조로부터 위임받은 사항 혹은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본질을 호도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진다. 그래서 김상수 위원장이 "이번 기자회견은 그동안 박 시장의 무소불위 행태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공무원들을 대신해 노조가 나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박시장의 자진사퇴에 노조원들이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애둘러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통탄을 금치 못하는 노조원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박경철 시장이 취임 몇 달 만에 무능력·무책임·무소통·무소불위를 자행하는 시장임이 드러났고 부도덕과 부정부패가 벌어지고 있는 데 따른 내부의 탄식이다.

노조는, 이같은 실정을 잘 모르는 시민들에게 이를 적극 알려서 익산시 전체가 더 깊고 큰 수렁에 빠지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박시장에게 자진사퇴를 촉구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양측의 공방사이에서 한 발 물러나 보면, 노조 집행부의 활동에 대해 노조원들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있는데, 이산재 국장이 왜 노조원들을 대신해 노조 집행부의 대표성을 왈가왈부 하는지 의아하다.

게다가 노조 집행부의 기자회견 이후 명예조합원들이 상당수 탈퇴하고, 김 위원장의 새올행정시스템 접속 이 차단된 것도 적이 석연치 않다.

노조의 박시장에 대한 자진사퇴 촉구는 박시장 본인이 초래한 것이다. 또한 박시장은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형사처벌 대상이 된 것이 아니라, 선거과정에서의 개인적인 부주의와 부당한 행위로 재판에 회부된 것이다.

1심 판결 직후에 박시장이 대시민 사과문을 발표해야 하는 마당에 엉뚱하게도 익산시 인사라인이 나서서 시민을 걱정하는 익산시 노조의 대표성을 폄훼한 것을 납득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익산시 공무원노조가 단순히 법원이 심리하는 박 시장에 대한 사건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 무능력과 전횡을 문제삼고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이 시민들에게 필요한 지도자라고 여겨졌다면 노조는 하등에 박 시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할 뜻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노조의 충정에 익산시 인사관리 라인이 부당노동행위로 여겨지는 노조 교란 또는 와해공작으로 대응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당한 공무행위가 아니다.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다. 시민들을 우선으로 하는 신념은 지켜주지 못할지언정 결코 훼손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