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와 익산지역 농기계협의회가 익산농기계박람회 무산에 따른 책임 공방을 벌이더니 급기야 격하게 선회해 법정행을 택했다.

익산시가 먼저 고발장을 냈다. 재정문제를 빌미삼아 박람회 개최 불가 통보를 한 익산시에 협의회가 책임을 물으면서, "박람회 무산에 대한 시민 여론조사를 실시해 발표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데 대해 익산시가 '협박 등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사법당국에 고발한 것이다.    

협의회도 즉각 맞대응했다. 앞서 익산시가 박람회 무산 책임을 협의회에 전가하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협의회의 명예를 훼손한 점과, 이번 고발이 고의적인 무고라는 점을 들어 고발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두 주체가 제기한 문제는 재판부가 풀어낼 것이다. 다만, 우리가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박람회를 바라보는 양쪽의 시각이 판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익산시는 박람회를 익산지역 농기계업체들이 주최하는 한낱 일회성 행사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는 듯한 태도다. 하지만 협의회는 박람회가 익산지역경제에 전방위적으로 미치는 천문학적인 영향을 표방한다.

익산시에 돈이 없다면서, 열린음악회를 개최하기 위해 3억원 이상을 편법으로 동원하고 10억원이 소요되는 시립교향악단 설립 등을 추진하되, 박람회 예산 2억원이 없다며 개최포기를 통보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다.

더구나 익산시는 전국 농도 가운데 4위를 차지하고, 박람회 기간 동안의 농기계 거래와 익산지역 내 숙박, 요식업, 운수업 등이 특수를 누리는 것을 감안하면, 박람회가 지역경제와 익산시 세수에 막대하게 기여하는 생산적인 기획물이라는 사실이 명백하다.

이렇게 박람회가 사사로운 업체들의 잔치를 뛰어넘어 익산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익산시가 직시했다면, 협의회의 내용증명이 '협박'을 구성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에 머무르지 않고 익산시의 공익에 기여하는 문제로 '박람회 개최불가 통보 철회'를 촉구하는 행위가 어떻게 협박죄가 될 수 있겠는가.

공익을 위해 어떻게 해서든지 익산시장의 불통을 깨고, 관철시키려는 노력이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 누가 감히 모두 같이 잘사는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겠는가. 익산시가 이러한 본질을 바로 바라보는 눈이 있었다면, 섣불리 '협박'이라든가 '공무집행방해'라든가를 입에 올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익산시는 편협한 시각을 교정하고 내일을 위해 진정으로 고민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미 소통신문이 발표한 바 있듯이 민선 6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60.4%에 달한다. 이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열린자세와 내일을 도모하는 용기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폐쇄적인 행정문화 바로잡아야

얼마 전 정책개발담당 전문계약직 공무원 A씨가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파면됐다.

그런데  A씨의 파면에 관해 많은 의혹의 증거들이 속속들이 들어나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A씨는 파면의 취소 또는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이 사건의 진실은 파면된 A씨, 설계용역업체, 몇 명의 간부급 담당 공무원에게 있다.

2013년 10월 2일 설계용역업체는 갓 임용된 A씨로부터 일을 잘 마무리 해달라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같은 날 A씨 소속 관계 국장, 과장, 계장에게 A씨로부터 특정업체 알선의 부탁을 받았다고 전화로 알린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그런데 감사담당관실의 조사가 전부 이상하다. 조사 과정에서 설계용역업체는 A씨의 소개로 다녀간 업체를 모른다고 진술했다. 너무나 많은 업체와 사업관계를 맺기 때문에 기억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담당 과장과 계장은 “A씨가 보냈다고 하며 모 엔지니어링 정 모 씨가 다녀갔다는 전화를 설계용역업체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했다. 과연 정 모 씨는 누구인가? 정 모 씨가 존재한다면 A씨의 파면 결정 과정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감사담당관실은 엇갈린 주장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정 모 씨의 실체 여부를 확인하고 조사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않았다. 도대체 익산시 인사위원회는 무엇을 근거로 A씨를 파면시킨 것인가.

또한 A씨가 설계업체와 통화한 날짜가 사실과 다르다. 뿐만 아니라 설계업체를 비롯한 관련 공무원들의 통화날짜 진술이 각각 엇갈렸다. 이는 A씨 전화의 통화내역에서 확인된다. 감사 내용이 이렇게 오류투성이인 상태에서 인사위원회가 파면 결정을 한 것은 스스로 특정 결정을 위한 거수기라고 자인하는 꼴이다.

이번 인사파동은 A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규직 공무원들의 계약직에 대한 조직이기주의와 폐쇄성이 징계절차를 훼손하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이제라도 파면된 A씨가 소청심사에서 공정한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만이 익산시가 과오를 수습할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