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시장의 최측근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문계약직 공무원 A씨가 이권개입 시비에 휘말렸다. 채용된 지 1개월도 채 안돼서, 박 시장이 인수위 시절부터 강조해 온 부패척결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특히, 그가 박 시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지시를 수행한 실행범일뿐일 것이라는 억측을 낳기도 한다.

박 시장의 정치적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사건이다. 엄정한 감사결과가 요구된다. 특히, A씨는 누군가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주장하는 대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가 주얼리집적화사업의 기본설계를 맡고 있는 C건축사 사무소에 업자를 보내겠다고 했지만, 이권개입의 수혜자가 될 문제의 그 업자는 어디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가 설계용역을 맡은 업자에게 특정 자재 및 비품 납품업자를 소개하고 압력을 가했다는 것은, 설계업자의 말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에 주얼리집적화사업을 추진하는 부서의 B국장이 동조하고 있다. 복수의 주장과 단수의 주장이 맞서면 단수의 주장이 눌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A씨의 "B국장이 건축사사무소 대표와 결탁해 특정업체의 자재 및 비품이 납품되도록 설계에 반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확인하는 전화를 했을 뿐이다"는 주장을 살펴보면 간과할 수 없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그는 박 시장의 공직사회에 대한 부패척결 의지를 지근거리에서 접해 왔던 사람이다.

그래서 앞뒤 가리지 않고 사실을 확인하려고 설계용역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면, 설계용역 업체와 B국장이 경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업체와 그 업체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진 B국장은 사실 관계를 떠나 A씨의 월권행위를 응징해야 한다는 뜻을 같이했을 공산이 높다.

그런 추론에 힘이 실리는 것은, B국장이 설계업체에 원칙대로 하라고 정리한 이후 더 이상 아무것도 진행된 바가 없었는데도, 10여일이 지난 뒤에 A씨의 이권개입에 대한 감사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A씨의 이권개입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모함일 가능성을 간과해서도 안되는 이유다.

감사실이 '계약직 공무원 대 기존 정규직 공무원들 간의 대치'라는 진영논리가 아닌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근시안으로 놓쳐 버린 수백억원

지역의 한 농기계업체 대표의 하소연이 애처롭다.

그는, 익산시에서 14년간 이어온 농기계박람회를 초대 민선시장인 조한용 시장에게 건의해 최초로 유치를 이끌어냈던 장본인이다.

당시 한국농기계조합은 익산시민만이 모이는 박람회는 안 되고, 전국에서 차량 200대 이상의 참여 인원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어려운 시기에 당시 조한용 시장은 판공비를 절약해 필요한 예산의 50%를 부담하고, 농기계 대표가 나머지 50%의 비용을 책임졌다.

이는 민선2기 채규정 시장에게로 이어졌다. 농기계박람회 익산 정례화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 채 시장은 조합을 방문해 유치의사를 밝혔고, 정례화 계약을 따내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지금까지 14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초대 민선 시절부터 이어온 박람회는 오늘날 무소불위의 박경철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하루아침에 명맥이 끊어질 위기다. 비단 이어온 전통 때문이 아니더라도, 문제는 크다.

농업이 근간인 익산이 이미지 제고는 물론이거니와 수백억원대의 경제효과를 내는 아이템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지극히 몰상식한 행위다.

시가 부담해야 할 2억원이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수백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기에는 넘치지 않는다. 더욱이 이미 그간의 노력으로 손에 쥐고 있던 기회 아닌가. 재정이 어렵다고 하수도요금을 올리며 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마당에, 3억이라는 큰돈을 단발성 행사에 거침없이 써버릴 정도의 배포라면 2억원이라고 대수겠는가.

담당 공무원들의 수차례 건의에도 불구, 막무가내로 고집했을 그의 모습이 선하다.

제발 멀리 좀 내다보고, 주위 말들 좀 듣는 박 시장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