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제기되자 익산 하수슬러지처리시설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시설부지 인근 주민 5천명은 설계변경을 통해 악취를 없애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초 새 시장이 취임하면서 사업 중단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과 맞물려 상황이 어수선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198억원이 투입되는 익산 하수슬러지처리시설 공사는 2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어, 전면적인 공법변경은 어려워 보인다. 당장 위약에 따른 배상액 규모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왕 공사를 공식적으로 중단한 마당에 도입된 시설의 공법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다.

익산시가 발주한 하수슬러지처리시설은 소각시설이다. 그러나 익산시는 이 시설에서 건조에너지를 회수한다고 강변해 왔다. 하수슬러지에 열을 가해 40%에서 60%까지 건조한 뒤, 이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건조공정에 환원해서 다시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허구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40%에서 60%의 수분을 가진 하수슬러지를 소각할 때 슬러지에서 발생하는 열을 회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간단한 화학공식에 따르면, 익산시가 회수해서 건조공정에 다시 쓰겠다는 열은 소각되는 하수슬러지에서 얻어지는 열이 아니라 하수슬러지를 소각하기 위해 투입되는 열에 불과하다.

같은 함수율의 하수슬러지를 소각하면 이론적으로 약간의 열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수슬러지는 입도분포의 폭이 좁고 균일하지 않다. 이를 소각하기 위해서는 불연소 방지를 위해 과량의 공기와 더 높은 연소 온도가 필요하다.

또한 열회수공정에 많은 공학적 제약이 수반되기 때문에 소각시설에서의 열회수는 소각에 필요한 공기의 예열에 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익산시는 건설중인 시설의 운영비가 가장 저렴한 방식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사실이 아니다. 우선 익산시 하수슬러지처리시설의 운영비는 톤당 8만원씩으로 책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 시설은 소각방식이기 때문에 소각잔재를 연료로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이 소각잔재의 처리비용은 톤당 10만원 가깝게 소요된다.

그런데 하수슬러지를 건조한 후에 연료로 만드는 공법을 도입할 경우 운영비는 톤당 3만원에 불과하다. 소각잔재가 일절 없고, 가공연료는 톤당 1만원씩 시멘트회사 등에 판매할 수 있다. 판매 수익이 운송비로 다 들어가더라도 소각잔재 처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두 개의 공법을 모두 차치하고라도, 익산에서 발생하는 하수슬러지를 소각장이나 재활용처리사업장에 위탁처리하는 것이 시설 운영비보다 훨씬 싸다. 이 경우 시설투자비 198억원으로 10년 이상을 위탁처리할 수 있다.

이렇게 운영비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데도 익산시는 특정공법을 밀어붙여 급기야는 발주하기에 이른 것이다.

익산시는 특히, 지난 2007년 환경관리공단에 위탁해 납품받은 용역결과에 따라 '탄화'공법으로 처리시설을 결정했으나, 탄화공법이 전국적으로 실패하자 이 시설 계획을 철회한 뒤 국가시책에 따라 2012년에 '건조후 연료화'로 공법을 변경했는데, 갑자기 소각시설로 발주해 의혹을 샀다.

더구나 환경관리공단이 제출한 익산시하수슬러지처리시설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서는 '기술의 기초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오류 투성이인 무지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익산시는 직접 발주를 하지 않고 용역비와 대행수수료로 등으로 수억원을 들이며 위탁 발주했다.

이는 익산시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보험료를 국민의 혈세로 지불했다는 지적을 샀다. 익산시는 공법선정 문제를 검토하면서 사업 자체를 중단하고 사업자에게 위약금을 배상하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 아닌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해봐야 한다. 이는 시대적 요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