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경철 시장의 당선 이후 익산시 공무원들이 보여주는 중심 없는 태도가 지역사회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먼저 부채규모에 대한 논란부터 짚어 보자. 6.4 지방선거전이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대두된 이슈가 시가 짊어진 부채규모였다.

정헌율 후보가 주장한 부채규모는 그동안 익산시가 주장했던 채무액의 2배였다. 이후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었고, 공식 선거운동기간 중에도 가장 첨예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부채 문제의 핵심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전임시장과 익산시는 부채를 자치단체의 회계기준에 의한 것으로 인식하였다. 박경철 시장과 정헌율 후보는 부채를 현재 확정된 금액과 함께 실제로 BTL, BTO 사업과 관련 확정된 지출이 완납되는 시점까지 발생하는 비용 등을 합산해 인식하였다. 여기에서 시작된 논란은 익산을 극도의 혼란으로 빠뜨렸다.

이후 박경철 시장은 취임 후 가진 언론기관과의 인터뷰에서 부채규모를 그동안 익산시가 주장했던 3,388억원이라고 했다. 또 이를 2년 이내에 갚을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부채규모의 진실공방이 다시 점화됐다. 기존 익산시의 주장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며칠 후 익산시가 부채규모를 약 7,824억원으로 발표했다. 이번에는 회계기준에 의한 채무액에다 미래에 발생할 비용까지 합산하였다.

부채가 7,824억원이라면 익산시의 주장대로 채무불이행 사태가 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세입이나 산업단지 매각 등 시의 감채수단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앞으로 갚아야 할 원리금과 지출할 비용만 논한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연봉 5천만원인 직장인이 향후 10년 동안 갚아야 할 부채가 5천만원이므로 파산상태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유동성을 간과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익산시의 부채규모에 대한 소모적 논란을 그만 두고자 한다. 엄밀하게 말해서 부채가 3,338억원이란 주장과 7,824억원이란 주장이 모두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주장을 통해서 익산시의 재정건전성이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악화된 것은 아니며, 동시에 현재의 재정구조가 시정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만은 분명함을 지적한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시민복지와 성장동력을 저하시키지 않으면서 부채를 경감할 것인가라는 난제로 귀결된다.

박경철 시장과 익산시는 이를 해결하면서 각별히 유념할 것이 있다. 감채에 치중하면 시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과 시의 성장동력이 현격하게 떨어진다.

이는 자칫 경제활동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지역경제 위축으로 연결됨으로써 오히려 시의 활기를 위축시키는 악순환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 따라서 익산시는 실현가능하고 구체적인 감채계획을 수립하고, 이것이 익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시민들과 협의를 함으로써 발전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익산시가 산업단지 매각과 전시성 사업 정리, 불요불급한 공약사업 재검토 등을 통하여 감채노력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만 시급하면서 생산적인 사업이 있다면, 투명한 절차를 통하여 민의를 수렴하면서 과감하게 추진해야 함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정의 방향을 제시할 때는 충분히 검토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시장이 바뀌면서 전반적인 방향이 바뀜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정의 연속성이 훼손되거나 시민의 공감을 구하지 못한 정책이 추진되면 혼란만 가중시킨다. 앞으로 전개될 익산시의 생산적이면서 균형 잡힌 재정운영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