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전정희 국회의원의 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지역사회가 보궐선거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어지고, 민주당 안팎의 혼란을 막았다는 점에서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전정희 의원의 선거법 위반 파동은 지역 정가에 적잖은 교훈을 남겼다. 또, 전정희 의원은 법리 논쟁을 통해 자신에 대한 처벌을 피해갔다고 하더라도, 재판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난 행위에 대한 도덕적 책임에선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전의원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은 3가지다. 우선, 전 의원은 자신과 배우자의 재산 1억8,683만원(상가 가액 축소신고, 배우자 대출채무 축소신고)을 누락해 신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혐의 사실에 대해서는 재판과정에서 사실로 입증됐다. 몇년 전 이와 유사한 선거법 위반으로 모 서울시 교육감이 직을 상실하는 형을 선고받은 판례가 있다.

하지만 전의원 측은 법정에서 시종일관 '잘 모르고 한 행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재산을 허위로 신고한 행위가 의도적이지 않았고, 그것이 선거법위반이 되는지를 사전에 몰랐다는 것이다. 법원은 전 의원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벌을 줄 수 없는 행위로 판단했다.  

전 의원은 몇 억 안되는 자신의 재산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축소 신고한 미숙한 주부로 판명된 셈이다. 국회의원은 입법활동과 정부의 사업과 예산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을 주로 수행한다. 더구나 공직선거 후보자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재산신고의 방법이나 그 중요성에 대해 공지받도록 되어있다.

인지 능력, 또는 자기관리 능력이 부실한 함량미달의 그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가 예산을 어떻게 심의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이는 대목이다. 전 의원의 깊은 자성이 촉구된다.  

전 의원의 다른 두가지 혐의는 그의 선거운동원이었던 이씨에게 500만원을 주고, 이씨로 하여금 기자 7명에게 각각 현금 20만원씩 총 140만원을 살포케 했으며 식사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선거 프로다. 조배숙 의원의 최 측근으로 초선과 재선을 성공시키면서 킹메이커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총선에서 전정희 의원 측이 이씨를 영입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을 것으로 보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법정에서 이씨가 금품을 살포한 사실은 입증됐다. 하지만 전 의원측은 이씨와 공모하거나 돈을 건넨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알아서 자기 돈으로 전정희 후보를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었다.

재판과정에서 전 의원 측이 이씨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입증되지 못했고, 이씨가 여러차례 진술을 번복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재판부는 이씨에게는 징역 1년 6월을, 전 의원에게는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비상식적인 이런 상황 전개를 더이상 논급하지 않더라도, 총선 후보가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은 평가 대상이다.  

전 의원은 금품살포가 이루어진 불법 선거운동 조직을 기반으로 당선됐다는 점을 부인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책임은 정치적인 책임과 맞물려 있다. 다른 직분과 다르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지역과 국가의 리더로서 자신을 태동시킨 조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책임은 막중하다.

하지만 그는 지역사회에 일말의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 지위의 신성성을 잣대로 전 의원에게 사퇴를 요구 할 수도 있다.

전 의원에 대한 시민들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자신으로 인해 흐트러진 지역사회의 정치문화를 바로 세울 자질이 자신에게 있는지, 전 의원은 반드시 돌아보기를 바란다.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해 법리해석에 능수능란한 변호사 선임료로 수억원씩 지불하면서도, 시민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은 더이상 익산에 필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