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를 최소화하고 남이 가보지 않는 세계를 넘어가 성공신화를 썼던 경영학은 이제 길을 잃었다.

희소했던 가능성들은 이미 도식화 또는 보편화된지 오래고, 경역학의 낡은 구조는 생활양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한 세상을 더이상 품지 못한다.

상품의 제국이 문화의 제국으로 넘어가고, 자본만 쌓아놓고 있으면 잘 나가던 정지된 경제가 스토리와 라이프스타일 처럼 흐르는 경제로 넘어가고 있다.

인간성과 상상력, 스토리와 감동 같은 계량화 할 수 없는 문화적 요소가 원가절감이나 생산성 향상보다 더 중요해졌다. 

익산시는 이런 시대적 요구를 상당히 앞선 시각으로 포착했다. 그것은 3년 전에 전국 지자체 가운데 몇 안되는 문화재단을 보유하게 한 원동력이다.

파편화된 문화소비자들이 무궁무진한 욕구를 분출하는 새시대, 문화재단이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의 총론에는 ‘포용력과 호기심’이 있다.

하지만 문화재단은 지난 3년 동안 지역문화의 주류나 비주류를 아우르지 못했다. 그 원인은 우선, 자신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데 있다.

지역의 기존 문화 생산자들이 도대체 문화재단이 왜 필요한 지를 알지 못한다. 오히려 그나마 열악한 지역문화의 자본을 거의 통째로 잠식하고, 기존 문화시스템을 통제하려고 시도하는데 대한 불만이 팽창하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른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문화재단이 자신의 정체성을 바로세우고 지역문화를 향해 팔을 벌려야 하는 이유다.

행사 몇 개 치르고, 몇 명씩 앉아서 문화를 고민하고, 공연 몇 개를 무대에 올리고, 문화 묘를 몇 개 심고, 문화적 소질들을 발견하고 이런 것들을 비싼 인쇄물에 담아 몇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문화재단의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말을 억지로 물가에 끌고가려는 것과 같다.

확산되지 않는 정책은 낡은 것이다. 시민들과 함께 문화적 감각을 공유 할 고민을 먼저해야 한다.

그것을 위한 원동력은 기존의 문화 생산자들이다. 그들이 지표가 명확한 문화재단의 일원이돼야 하고 그들이 새시대의 문화 유포자가 돼야 한다.

하지만, 익산문화재단은 자신들만의 잔치에 여념이 없다. 신념이 없는 문화재단의 성원들은 자신의 일을 밥벌이 수단으로 삼을 뿐이다. 무엇을 바라겠는가.

게다가 추진하는 사업마다 잡음이 무성하고, 내부를 들여다 보면 지나치게 허술하다.

문화는 삶에 본질적인 것이다. 쓰나미의 지옥경 속에서 공황을 겪는 사람들이 음악을 빵과 동일한 가치로 느끼는 것 처럼.          

그래서 문화재단의 구성원들이 문화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지자체의 문화재단은 ‘밥 먹여주는 문화’를 생산해야 할 책무를 지닌다. 그러나 지금 이 지점에서 무엇을 바라겠는가. 과감한 인적 쇄신과 치밀한 전문가 영입만이 지금 좌초하는 문화재단을 구할 유일한 길이다.

안철수 현상의 역작용을 우려한다

서울 노원 병에 출마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지난 4.24 재보선에서 당선되자 민주통합당 익산지역 정가가 혼란에 빠졌다. 예고된 일이기도 하지만 익산지역 대부분의 민주통합당 소속 정치인들은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안철수 당’으로 방향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이 설득력 있게 나온다. 

하지만 이는 심도 있게 생각해 볼일이다. 과거 '철새정치'라는 구태를 반복하는 모습이 지역민들에게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고민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명분 없는 실리를 쫓아 당적을 옮기는 가벼움은 민주당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통합당은 대선 이후 성찰없는 공당, 책임없는 공당이라는 지탄을 받으면서 지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왔다. 기대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들이 팽배한 마당에 구성원들의 경거망동은 혼탁한 경선구도를 낳아 무능력하고 독선적인 정치 주체들과 정상배들의 발호를 도울 수 있다.

안철수 신당 역시, 민주통합당 구세력을 그대로 흡수한다면 ‘그 밥에 그 나물’에 대한 시민들의 엄혹한 심판을 피할 수 없고, 문국현의 창조한국당 처럼 단명한 정당이 될 것이다.

안철수는 세갈래 길을 앞두고 있다. 첫째는 신당 창당을 통한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연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새로운 정치 바람을 몰고 정치 혁신을 불러일으키면서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야당에서까지도 같은 정치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규합해 정치혁신을 이뤄내는 일이다.

둘째는 안철수 지지자들로만 이뤄진 지지세력을 하나로 묶은 조직을 통해 신당을 창당하고 야당과 연대하는 방안이다.

만일 익산의 정치인들이 안철수 신당으로 이동하려 한다면 이 두가지 행로 중 하나를 선택했을 때 길이 열린다. 하지만 상당수 익산지역 정치인들은 안철수의 정치 철학과 배치되는 마인드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오직 당선을 위한 유리한 고지 선점을 목표로 한다.

세번째 행로는 안철수의 정치력 부재로 인한 거품론에 침몰하는 것이다. 정치력 부족으로 현실정치를 이겨내지 못해 안철수 현상과 혁신정치론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무시 할 수 없다. 

시민들 대다수는 인물경쟁을 바란다. 공천이면 당선이라는 지역논리가 깨지기를 고대한다. 말썽 많은 정치, 무기력한 청치 구도를 혁파하는데 진정성을 가지고 참여하는 정치인들이 아쉽다. 기성 정치인들의 심도있는 숙고가 요구되는 이유다.

왜 정치를 하는지, 정치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철새정치인들을 퇴출하기 위한 시민들의 견제와 감시의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민들의 새로운 정치문화에 대한 열망이 안철수를 출현시켰다.

수 년 동안 자신들이 몸담았던 정당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이들이 있다면 이들을 선택해서는 아니된다. 안철수에 대한 고민도 안철수에 대한 연구도 하지 않던 이들이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한다고 해서 우후죽순으로 몰리는 현상은 시대착오에서 비롯하다.

지역의 정치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조직정치와 패거리 정치문화가 가장 먼저 청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