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왕궁과 춘포지역 일대 악취관리구역 지정이 전라북도의 탁상행정으로 좌절됐다. 익산시의 표괄적 지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부분지정을 결정한 것이다.

악취 배출 사업장만 제대로 관리해도 충분히 악취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전 지역을 악취

리구역으로 지정할 경우 미배출 업체와 주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왕궁과 춘포 일대의 경우 16개 악취 배출 업체를 조사한 결과 악취관리지역 지정 요건에 충족하는 곳은 한 개 업체에 불과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그래서 전북도는 이 한 개 업체에 대해서만 ‘악취 신고 대상 시설’로 지정 고시했다.

익산시는 영등동과 신흥동 부근의 제1산업단지와 팔봉동 주변의 제2산업단지에 대한 악취관리구역 지정 신청을 앞두고 있다.

전라북도는 익산의 제1산업단지와 제2산업단지에 대한 악취관리구역 지정을 검토하면서 이 곳의 상황이 왕궁·춘포 일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우선 악취관리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민원이 1년 이상 있어야 하고 배출기준을 3회 이상 초과해야 하는데, 제1·2산업단지의 경우 산단이 형성된지 20여년이 지나 사업장 대부분의 시설이 노후되는 바람에 수년 동안 악취배출로 인한 민원을 야기해 왔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배출구 기준치인 희석배수 1,000ppm을 초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500ppm을 훨씬 넘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또한 중소기업에서 배출하는 악취 역시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준치에 거의 근접해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다 1·2산단은 인구가 밀집된 영등동과 부송동 등과 연접해 있다. 비록 개별사업장이 배출하는 악취가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산단 전체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모아지면서 대규모의 악취 구름이 형성된다.

5월부터 11월 초까지는 바람의 방향이 산단에서 부송동과 팔봉동 영등동 어양동 지역으로 불면서 대규모의 악취띠가 도심을 뒤덮고 있다.

또한 아파트 빌딩 숲으로 인해 악취는 도심 안에 머물면서 시민들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흡입된다.

더구나 산단에서 발생하는 악취의 대부분은 발암물질이 포함된 유해한 성분들로 가득차 있다.
전라북도가 익산 제1·2산단에 대한 악취관리구역 지정을 사업장별이 아닌 지역별로 지정해야 하는 이유다. 전라북도가 조금이라도 현장의 고통을 체감한다면, 안일한 탁상행정의 결과로 익산시민들을 분노케 하지 않을 것이다.

방치된 학교급식체계, 희망은 있었다

학교급식(school feeding)은 식사의 바른 이해와 바람직한 습관을 기르고 학교생활을 풍요롭게 하며 사교성을 키우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단순히 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식생활의 합리화, 영양개선 및 건강의 증진을 도모하며 식량의 생산, 배분 및 소비에 대한 바른 이해로 이끈다는 목표가 있다.

그런데 최근 익산교육지원청이 학교급식에 소홀히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3년 동안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단 한번도 불시 검수를 하지 않고 각 학교에만 맡겨둔 채 방치했다.
그렇다고 각 학교들이 이를 성실히 수행한 것도 아니다. 지난 한해 동안 80여개 조리실이 있는 학교 중 절반도 채 되지 않는 학교만이 불시검수를 했을 뿐이다.

익산교육지원청과 학교 당국의 불성실한 급식 관리로 인해 저질과 수입산 식자재가 아이들의 고급 먹거리로 둔갑할 기회와 빈틈이 너무도 컸다.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교육자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어떻게 밥을 먹고 있는지 3년 간 단 한번도 점검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원광중학교의 모범적인 학교급식체계가 우리들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학교장이 매주 2~3회 직접 식자재를 검수하고, 학부모들이 매일 매일 식단을 살펴볼 수 있으며, 체계적인 급식도우미 시스템을 운영해 청결하면서도 바람직한 식습관을 기르도록 하고 있다.

좋은 토질에서 자란 좋은 먹거리는 성장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좋은 식사문화는 안정된 정서적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

원광중학교가 올해 신입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제1지망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에서 “급식시설이 청결하고 학생들의 학교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들어서”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이는 학교의 급식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