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과 축협, 수협, 신협 같은 협동조합에서 조합장이나 이사장을 뽑는 선거 과정에서 금품 살포가 판친다는 얘기는 옛날부터 있어왔다.
원래 협동조합 수장을 뽑을 때는 선거관리를 조합에서 자체적으로 했는데, 불법이 난무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했다. 하지만 불법 선거는 여전하다는 게 지역민들의 정서다.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며, 익산도 예외는 아니다.
불법 타락선거의 원인은 조합장이나 이사장의 권한이 특권에 가깝고, 이를 억제할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에다 업무추진비 또한 상당해 자비를 들이지 않고도 지역에서 유지 행세를 할 수 있는데다 직원을 채용하며 수백억이 넘는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기 때문에, 특권을 노리고 금품을 살포해서라도 당선 되려고 하는 것이다.
지난해 익산농협 전직 조합장과 익산군산축협 조합장이 비리에 연루돼 당선 무효가 됐고 재선거를 치렀다. 임원들이 이 지경이다 보니 직원들의 비리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배임행위로 조합원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 다반사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조합의 수장들과 이사, 감사 등 임원들의 돈 봉투 살포행위가 공지의 사실인데 반해 처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정당국이 수십 년 동안 유대관계를 형성해왔던 후보자들 및 임원들과 조합원의 동태를 면밀히 감시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특히 불법행위가 포착됐을 때 증인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내기 힘들기 때문에 신고나 고발이 들어와도 유야무야되기 일쑤다.
이달 중순 치러진 익산군산축협 조합장 선거에서 전직 조합장과 임원들, 조합장 재선거 후보자들에 대한 불법행위가 담긴 괴문서가 뿌려졌다. 지난해 말 익산농협에서도 상임이사 선출을 앞두고 괴문서가 나돌았었다. 선거가 밥그릇과 기득권 싸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비리와 불법의 온상이 된 데는 지역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어려운 수사를 적당히 마무리하는 사정당국의 책임도 없지 않다.
검경과 선관위 등 사정당국은 선거법 위반뿐만 아니라 실제로 조합 내부에 비리가 있었는지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일벌백계하겠다는 적극적인 수사의지가 요구되는 것이다.
가람 이병기 문학관 건립에 혼신을
익산시가 '가람 이병기 문학관'을 건립하겠다고 나섰다. 올해는 가람 이병기 선생이 타계한지 45년째다. 이병기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시조부흥운동에 앞장섰고 시조뿐만 아니라 국문학·서지학 분야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해방 이후 조선어 연구와 현대시조에 거대 족적을 남긴 선생은 익산에서 태어나 익산에서 숨을 거둔 익산사람이다. 문학을 통해 항일 운동을 하기도 했다. 선생의 한국문학에 대한 기여도에 비해 정작 그분의 생가가 있는 익산에서는 국문학적 가치를 소홀히 해 왔다.
익산시 여산면 원수리 용화산 기슭에서 태어나 '현대시조 태두'라는 칭호를 얻고 작고한 선생의 생가는 초가로 이뤄진 본채와 사랑채, 정자 등만 남아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데 미흡해 여산면 등 익산시민들은 오래 전부터 문학관 건립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의회는 수차례 예산을 부결시키는 등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
반면, 원주시는 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가 태어난 집에 텃밭에서 일한 뒤 바위에 앉아 고양이와 더불어 호미와 책을 옆에 놓고 잠깐씩 쉬던 작가의 모습을 조각상으로 세워 놨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쟁 시 남편을 떠나보낸 뒤 어린 아들마저 잃고 절망에 빠진 작가가 글을 쓰던 생생한 현장을 문학관에 담았다. 그래서 박경리 문학관은 원주시를 살리고 있다.
군산시는 소설 '탁류'로 유명한 백릉 채만식 문학관을, 정읍시는 백제가요 '정읍사'를 근거로 예술회관 및 국악원을, '혼불'을 집필한 최명희 선생이 살았던 전주시는 최명희 문학관을 한옥마을에 건립했고, 남원시는 사매면 노봉마을에 '혼불 문학관'을 건리해, 지역의 정신문화를 살리고 있다.
이밖에도 부안군의 이매창 선생, 고창군의 서정주 문학관, 전남 보성에는 조정래씨를 위한 '태백산맥 문학관', 김제시에는 '아리랑 문학관'이 건립돼 정신문화 계승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공간을 제공하고 후세를 위한 문학교육, 탐방시설로 활용돼 관광소득에도 큰 효과를 내고 있다.
가람 이병기 문학관은 익산 정신문화의 산실이 될 것이 자명하고, 이를 통해 익산은 문학의 도시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익산시는 가람 이병기 문학관을 건립하기 위해 올해 용역예산 1억 원을 세우고 시조마을 조성을 위한 기본구상 및 시조문학관 건립 타당성 검토 및 기본계획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가람 이병기 선생의 혼이 익산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문학의 도시 조성에 혼신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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