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홈플러스(주)가 배산택지개발 신시가지 상가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익산배산점을 기습 개점했다.

익산을 전북지역의 골목상권 진출 시험무대로 삼은 것이다.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유통기업은 국회가 유통상생발전법을 통해 대형마트의 휴일을 의무화 하기 이전, 법으로까지 제정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지역의 소상인들과 상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협약까지 맺었다.

그래놓고 뒤에서는 골목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점포를 개설하고 있는 것이다.

홈플러스(주)는 익산에 '익스프레스' 익산배산점을 열면서 '두더지 작전'을 폈다. 점포를 열기 위해 천막을 친 뒤 시민들과 주변 상인들 모르게 내부공사를 했을 뿐만 아니라 물건도 조용히 입고시켰다.

또 전통시장으로부터 1km 밖에 있어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노렸다. 

시민들과 지역상인들이 알게 되면 반대에 부딪혀 개점이 어려울 것을 예상해 두더지작전을 통해 일단 개점해놔야 유리하다는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행히 개점을 했다 해도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 신청이 개점 후 3개월 안에 가능하기 때문에 익산슈퍼마켓사업협동조합이 즉각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아직은 대기업의 지역상권 장악을 막을 시간이 남아 있다.

익산은 자칫 신시가지 상권마저 대기업에 넘겨줘야할 위험에 처해있다. 따라서 익산 지역상인과 시민사회단체, 정치권은 조속히 골목상권을 유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해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역의 소상공인의 생존권 차원에서 사업조정신청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대형 유통기업과 소상공인의 상생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인구 전출입은 지역경제의 지표다

지난해 또 3천명이 줄었다. 익산시 인구는 연 평균 2,3천명씩 줄어들며, 면 단위 하나가 없어진다.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두 개를 유지하기 위해 인구를 늘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2011년과 지난해 5,6천명이 빠졌을 것이다.

기업을 끌어들여 늘린 인구가 연말이 되면 그대로 빠지기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죽는 사람보다 새로 태어나는 사람이 많은데, 밖으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많아 항상 적자다.

작은 시군은 어느 곳이나 교육 때문에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있고, 이것은 수도권 집중현상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이며, 쉽게 해결할 수도 없기 때문에 거의 불변적인 요소다.

누차 지적했지만 인구가 빠져나가는 주요 원인은 그만큼 이곳에서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자체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기업을 유치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오는 기업이 지역민을 많이 고용하지 않아 일자리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기업을 유치해 끌어들인 인구 이상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원인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작 큰 문제다.

이것은 지역경제 구조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인구유출의 가장 큰 이유는 내수경기의 악화다.

익산에서는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 매우 적다. 익산의 노동임금과 고용률은 전국 중소도시 중 최하위 수준이다. 중산층이 붕괴됐으니 돈 쓸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런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대기업 우선 정책보다 중소기업 우대 정책을 써야 한다. 대기업을 유치해 하청업체들을 무더기로 끌고 오면 인구가 늘고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은 전체 노동자의 80% 이상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이다.

기업지원제도를 과감히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다. 또 대형마트나 기업형수퍼마켓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소상공인은 고임금 노동자와 함께 중산층을 이루며, 지역경제의 버팀목이다. 그런데 이들이 무너지고 있다.

농협에서 경제사업 한다고 하나로마트를 증설하거나 주유소를 짓는 행태도 당장 접어야 한다. 하나로마트의 물건 대부분은 공산품이며, 이들은 동네 수퍼를 죽이고 농협주유소는 지역 주유소를 죽인다.

기업을 유치할 때는 반드시 지역민을 많이 고용할 수 있고, 그럴 수 있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 좋다. 악취 근절, 문화도시 기반 확충 등 정주기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대목이다.

소상공인들이 유통시장의 변화추세에 대응해 경쟁력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 경제정책은 한 가지에 올인하면 안 된다.

경제야말로 종합예술이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