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대형마트들이 한달에 두 번 쉬는 것에 반대해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문을 닫지 않고 매출을 올려보겠다는 것인지, 관련법을 손 보겠다는 것인지 진의를 명확히 알기 어렵지만, 유통을 거의 독과점하다시피 하는 대형 공룡들의 반발임에는 분명하다.

지난 8월 대형마트들은 월 2회 휴무토록 하는 자치단체의 조례가 법을 위반했다며 법원에 제소했고, 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주자 각 시군 의회가 조례를 상위법에 맞게 바꿨음에도 다시 소를 제기한 것이다.

우선, 전통시장은 물론 골목상권까지 다 빨아들이려는 탐욕적 자본주의정신이 끈질기기도 하거니와, 이를 방관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가 국민들 입장에서는 더 밉게 보인다.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하는 법은 유통산업발전법인데, 사실상 정부와 국회가 이 법을 만든 목적은 대형 유통업체들을 규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중에 수퍼마켓연합회나 전통시장 상인들,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대형마트 및 기업형수퍼의 독과점을 문제 삼자 슬며시 개정하는 척 하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 정부가 지난 6월 외국계 시장조사업체에 '대형유통업 영업시간 규제 효과분석연구'를 의뢰했는데, 이 업체는 원래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의 판매자료를 분석해 유통업체들에게 판매하는 기관이었다. 조사 내용에도 문제가 있었다.

대형마트가 쉬는 일요일의 전통시장 매출액과 그렇지 않은 일요일의 매출액을 비교해야 하는데, 단순히 쉬는 주와 쉬지 않은 주의 매출액을 비교했다.

아울러 대형마트가 쉴 때는 마트와 거리가 가장 가까운 전통시장의 매출액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데, 조사에서는 거리를 무시했다. 따라서 대형마트가 쉴 때와 평소 때와의 차이가 크지 않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이번 조사가 국가정책에 반영될 때는 '대형마트 휴무로 인해 전통시장 매출액은 별로 늘지 않고 소비자들만 불편했다'는 결과가 나올 우려가 있다. 정부와 국회가 실질적으로 규제하려는 의지가 있느냐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맥락이다.

풀뿌리 민간복지 시설과 단체에 관심을

익산시가 주도적으로 공공복지체계를 강화시키면서 그동안 공공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차상위계층이 수혜 대상에 추가되는 등 '나눔의 도시 익산'이 한 단계 더 발돋움 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반면, 민간복지체계는 그와 비례한 그늘에 가리워지고 있다. 특히 민간부문은 후원과 기부문화에서 점차 소외되고 있기 때문에 점검이 필요하다.

또 각 기업들이 공공기관에 후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민간부문의 풀뿌리 복지시설과 단체에 대한 후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익산시는 2009년 행복나눔마켓을 전국 최초로 설치했다. 이를 통해 일반시민과 기업의 후원과 기부문화가 기대 이상으로 확산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동시에 부작용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과거 기업들이 후원한 곳은 주로 열악한 사회복지시설과 단체, 그리고 소외계층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행복나눔마켓이 많이 홍보되면서 기업들의 후원금과 기부금이 행복나눔마켓으로 수평이동했을 뿐 아니라 쏠림현상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2009년 1월 행복나눔마켓 개점 이래 현재까지 약 12억 원 상당의 후원금품이 접수됐다.

12억 원 전부가 수평이동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사회복지시설과 기관, 그리고 익산시를 통해 열악한 복지시설 등에 전달됐던 후원금이 행복나눔마켓으로 이동하면서 민간이 운영하는 복지시설과 단체에 후원금이 줄어들고 있다.

물론, 행복나눔마켓 관계자들이나 익산시 관계 공무원들이 동분서주하며 지역 기업인들과 유지들을 만나 '나눔의 정신'을 전도하고 머리를 조아려 '동참'을 호소한 결과가 오늘의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가볍게 여겨서는 결코 한 될 것이다.

그러나 민간 복지시설과 단체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열악한 풀뿌리 민간복지시설과 단체들은 더욱 그렇다.

그동안 정부가 지원하던 복지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이 풀뿌리 복지시설과 단체들에게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후원금품 마저 줄어들고 있어 복지사업을 아예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까지도 이를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익산시는 선의를 갖고 복지사업을 하는 민간시설에 대한 정책적 접근을 통해 공공복지와 민간복지가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들도 지나치게 홍보를 의식하지 말고 풀뿌리 민간 복지인들이 힘을 잃지 않도록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