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협동조합이 조합원들을 위한 조합이 아닌 직원들만의 조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해묵은 것이다. 수출기업과 농산물 가격관리에만 몰두하는 정부정책에 의해 농민의 소득은 줄곧 감소했고 각종 협정을 통한 농산물 개방으로 조합원인 농민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반면, 농협은 농민 지원, 농산물의 고급화와 판로 확대, 농민소득 향상 등에 소극적이나 관행적으로 대처해왔고 불투명하게 조합을 운영해 조합장과 임직원들의 각종 비위행위가 해마다 드러나고 있다.

농민들의 소득에 비해 직원들의 연봉 및 복지 수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조합장과 간부직원 및 임원들의 전횡, 즉 정실인사 채용과 불합리하고 독선적인 의사결정 및 사업 추진 등의 문제가 끊이질 않고, 이를 감시 견제해야 할 이사나 감사, 대의원들의 양심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역농협을 감사하는 중앙회는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비리 관련자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많고, 감사 결과도 비공개로 처리하고 있다. 수사당국에 이 문제가 고발돼도 대부분 지역차원에 대충 마무리되고 만다. 중앙회와 지역농협에 대한 농민들의 소외와 불만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초에는 지역농협들이 수십억원의 대출이자 부당이득을 챙기는 사례를 검찰이 적발하기도 했다. 농협이 조합원을 등쳐먹은 것이다.

최근 익산에서도 부적정한 업무추진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당사자는 조합에 끼친 물질적 피해를 변상하거나 퇴직을 하는 방식으로 책임지려 하지만 조합 직원의 비리는 반드시 조합원에 공개돼야 하고 사직당국은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

농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합장이나 임직원들의 정신적 재무장이 필요하지만, '온정주의'로 대처하는 수사당국의 태도 역시 지역사회의 만연된 비리의 싹을 키우는데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하수슬러지처리시설 발주 신중해야 

익산시가 160억원 규모의 하수처리시설 설치를 위해 환경관리공단에 기본계획용역 및 사업발주를 의뢰했다. 하수슬러지 해양투기가 금지됐기 때문에 설치의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처리공법이 법과 정책에 부합하는지, 안정성과 경제성은 담보된 것인지, 사업 발주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는지가 문제다.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익산에서 선진지 견학을 다녀온 서울시 탄천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수슬러지를 처리해 연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분 함량이 10% 미만이어야 하며, 바람에 날리지 않아야 하고 자연발화로 인한 폭발 등 안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디스크타입 건조공법’을 채택해 설계시공일괄방식(턴키)으로 발주한 서울시 탄천 하수처리시설은 처리결과와 시설 운영비 측면에서 실패한 시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처리된 슬러지는 불균일한 분말 형태로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기술상의 결함으로 과도한 운영비 지출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악취를 줄이기 위한 과정에서 폭발위험성마저 안고 있다.

따라서 탄천 하수처리시설 측에서는 톤당 처리비용을 4만8천원 정도라고 소개하지만, 기실 모든 비용을 합산하면 10만원이 넘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익산시가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기본계획과 사업발주를 맡긴 환경관리공단의 전문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공단 안팎에서는 내부에 기술을 검증할만한 전문인력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익산시는 이 문제를 환경관리공단에만 일임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