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가 주민들의 집단민원을 이유로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공사를 전면 백지화했는데, 공정률 20%에 따른 손해배상 부담과 주민들의 민원 사이에서 얼마나 고민했는지 궁금하다. 익산시가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발주를 환경관리공단에 위탁 한 뒤 책임을 회피했었던 점이 그런 궁금증을 부추긴다. 표면적으로도 익산시의 이번 결정은 문제 수정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발주를 턴키방식으로 한 바람에, 법적으로 공법을 변경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발주하기 전에 다른 여러 계약방식이 제시되었고, 턴키 발주의 부적절성이 여론에 지속적으로 대두되었으나 그대로 턴키발주를 강행한 결과다. 익산시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설치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군산과 같은 '건조후 연료화' 시설이다. 익산시가 발주해 공사가 진행중이던 '소각 처리'방식은 악취 등 유해환경을 유발하고 '폐기물 자원화'에도 역행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익산시는 이제 두가지 선택지를 앞에 놓고 있다. 익산시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를 지금처럼 외부처리업체에 위탁처리하거나, 건조후 연료화 시설 업체를 새로 선정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하게 떠오르는 문제가 있다. 외부반출을 하거나 시설의 공법변경을 하거나 공히 선결해야 할 시설이있다. 바로 '총인 처리' 시설이다. 하수안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인'은 하천의 주 오염원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수년 전부터 4대강 오염을 줄이기 위해 하수처리장에서 반드시 인처리시설을 설치하도록 지침을 시달하고, 방류수질에서 인을 최대한 저감한 기준을 제시한 뒤 이를 지도감독해 오고 있다. 전라북도와 정부 역시 새만금 수질을 개선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오고 있으며, 익산시는 새만금으로 가는 만경강 하류로 하수를 방류하는 중요한 관문 도시다. 따라서 익산시는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을 발주하기 전의 지점에서 안정적인 '총인처리' 시설을 먼저 갖췄어야 한다. 특히, '건조후 연료화'시설은 반드시 총인처리 시설 뒤에 설치되어야 할 공정이다. 이는 건조시설을 먼저하고 총인처리시설을 나중에 했다가 400억원을 거의 휴지조각으로 만든 광주와 같은 사례가 역설적으로 방증한다. 이에 앞서 익산시는 당장 손해배상액을 최소화하고, 탈수동 등 기성공사 부분을 출혈없이 인수하는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우선, 조작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는 용역보고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용역을 수행한 한국환경공단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익산시 하수처리시설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한국환경공단이기 때문에 부실하고 부적절한 용역결과는 손해배상 책임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다. 당초, 익산시가 한국환경공단에 시설 발주를 위탁한 것은 자기 책임을 가볍게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익산시의 영민한 법무기능이 그 어느때 보다 긴요하다. 나아가 익산시가 기왕 시설공사 계약해지를 결정한 만큼, 시간을 갖고 최적의 공법을 검토하기를 바란다. 진행되던 공사를 중단한 결정적인 이유는 서두르고 공법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꾼 것이다. 당초의 '건조후 연료화' 방향을 느닷없이 '소각'으로 변경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당장에 뾰족한 수가 없다면 지금 처럼 위탁처리를 하더라도 연간 34억원이 소요된다. 처리장을 짓고 소요될 운영비를 따져보면, 차라리 위탁처리가 경제적일 수 있다. 신중한 검토와 판단으로 지금과 같은 참담한 상황이 재현되지 않도록 진력해주기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