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다 알고 있는데 얕은 수단으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뜻입니다. 또는 다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하는 때도 쓰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말과 비슷합니다. 어린아이를 상대로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가 치우면서 "아옹! (또는 까꿍)"하는 놀이인 아옹 놀이에서 파생된 속담입니다.

일본의 오염수 방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나 총리도 아니고 장관도 아닌 차관이 나와서 찬성은 아니지만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이해할 수 없는 브리핑을 했습니다.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홍보물도 정부가 만들고 그런 홍보활동들은 다 해놓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입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몇 나라의 지지를 국제 사회의 이해를 받는 것으로 주장합니다. 그러나 IAEA는 원자력 이용 촉진을 목표로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IAEA가 방사능 오염수 위험성을 평가하기에 적합한지 의문입니다. 인류의 안전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국제기구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잡아떼는 소위 처리수라는 말 또한 자신들만의 주장일 뿐입니다. 만일 ALPS로 처리한 방사능 오염수가 그렇게 안전하다면 일본은 왜 자국 농업 등 분야에서 이 방사능 오염수를 사용하지 않고 바다에 방류하는 것입니까? 오염수 처리는 반드시 신중 또 신중해야 하며 인류의 안전과 해양 환경이 최우선이어야만 합니다.

이것뿐입니까? 국방부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고’ 국방부조사본부 재검토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사건은 애초 해병대수사단이 처음 조사를 하였고,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비롯하여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수중 수색 지시를 내린 지휘부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결재까지 했으나, 이튿날 알 수 없는 이유로 국방부의 전면 재조사 결과, 문제가 된 해병대 임성근 제1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를 뺏습니다. 박 전 수사단장은 보직해임 당했고, 군검찰에 기소됐습니다. 박 전 수사단장 측은 국방부의 왜곡된 지시와 범죄혐의 삭제의 외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임 사단장이 책임지고 곧 사퇴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해병대는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이지 사퇴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사병의 목숨은 가볍고 지휘관 책임은 얄팍함을 공식화한 꼴이기도 합니다. 이로써 군과 국가에 대한 불신은 깊어질 것임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의 표류도 마찬가지입니다. 논란의 본질은 두 가지입니다. 노선이 왜 갑자기 특정인 소유의 땅 옆으로 변경되었냐는 의문과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일자 국토부 장관의 무책임한 백지화 선언으로 불거진 국정의 난맥상이 해소되는 것입니다.

여러 차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특혜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습니다. 설명이 부족해서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민주당이 사과하면 재검토한다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해결책이라고 제시한 것이 전문가도, 정책 타당성도 아닌 정치적 힘겨루기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하나의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기 위해서는 항상 일곱의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서양 격언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권력으로 천하의 모든 사람 눈을 가리려는 일을 자주 보는 것 같습니다. 세력을 믿고 전횡하며 아랫사람을 업신여기는 일이 어찌 지금뿐이겠습니까? 정치적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라는 식의 변명은 삼척동자라도 믿기 어렵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라는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그런데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사람들이 여전합니다. 물론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도 잘못도 저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여받은 권한만큼 무거운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알기를 바랍니다.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니라 용서를 구하며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