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익산시 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사단법인 삼동인터내셔널 이사장 

도(道)는 뭘까? 길을 이름이다. 그래서 ‘길도’라 부른다. 도로(道路)만 길이 아니다. 인체 내의 혈관도 피(血)의 길이고, 해가 뜨고 지는 것도 자연현상의 길이다. 그래서 천도(天道)가 있고 지도(地道)가 있고 인도(人道)가 있다. 천도는 우주 대자연이 움직이는 길이고, 지도는 땅이 행하는 길이고 인도는 사람이 행하는 길이다. 사람이 행동하는 인도에는 육신이 행하는 길과 정신이 행하는 두 길이 있다.

그래서 선각자들은 도를 진리라 했고 이치라 했다. 우리는 이러한 도를 아는 사람을 도인(道人)이라 칭한다. 도인은 진리를 아는 사람이다.

돈은 뭘까?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고, 재산 축적의 대상으로도 사용하는 물건이다. 예전에는 조가비, 짐승의 가죽, 보석, 옷감, 농산물 따위를 이용하였으나 요즈음은 금, 은, 동 따위의 금속이나 종이를 이용하여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살아갈 수 없는 중요한 것이 돈이다.

어느 한 정치인의 가상자산 투자 건이 도마에 올랐다. 가상자산 투자는 범죄가 아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화를 내는 걸까?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이었다면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사람들은 도덕성을 갖는 것이 필수이다. 국회의원이 코인을 거래하는 모습은 도(道)보다 돈을 따지고 덕(德)보다 떡을 챙기는 행태로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너희들마저’라는 절망이 훨씬 크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도를 알고자 하는 진정한 이유는 뭘까? 잘 살기 위해서이다. 어찌 말하면 남도 좋고 나도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살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려면 돈을 버는 것도 돈을 쓰는 것도 떳떳해야 한다. 도와 돈의 글자는 비슷하다. 도에 ㄴ자가 합쳐진 글자가 돈이다. 돈을 벌기 전에 먼저 도를 알아야 하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흔히 도와 돈의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도인들은 물질을 초연하려는 듯 행동하고, 일반 사람들은 돈이라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때로는 돈에 환장하기까지 한다. 돈의 분리는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의 분리요, 성(聖)과 속(俗)의 분리이다.

불교 사찰에 들어가다 보면 문(門)이 하나가 아니다. 여러 개의 문이 설치되어 있다. 여러 개의 문을 겹겹이 설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문을 하나씩 열고 들어갈 때마다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문이 여러 개일수록 점점 더 깊은 차원으로 들어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중 하나가 불이문(不二門)이다. ‘둘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하나라는 뜻은 아니다. ‘따로따로 둘인 것 같이 보이는데 알고 보면 둘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태어남과 죽음이 둘이 아니고, 아름다움과 추함이 둘이 아니고, 선과 악이 둘이 아니다로 읽힌다. 이 공식에 대입하면 왼손과 오른손도 둘이 아니다. 오른손이 다치면 결국 왼손도 부담이 오기 때문이다. 일본 오사카에 가면 ‘도톤보리’라고 하는 먹자 거리가 있다. 도톤보리가 한자로는 도돈굴(道頓堀)이다. 한자 ‘道頓堀’을 일본 발음으로 읽으면 ‘도톤보리’가 된다. ‘도톤보리’를 여러 번 생각하다 보면 그 진짜 뜻은 ‘도돈불이’로 다가온다. ‘도와 돈이 둘이 아니다.’ 돈을 멀리하고 참선(參禪)만 한다고 해서 도가 통하는 것도 아니다. 돈을 버는 과정에서 도가 닦이는 것이다.

요즘 세대엔 돈 앞에서 자존심을 버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 로또 복권에 당첨되면 가정이 파괴된다는 말이 그것이다. 돈 앞에서는 자존심이 없어진다. 돈이 화염방사기가 되어 자존심을 지져 버리고 간, 쓸개까지 녹여 버린다. 이 방사기 앞에 장사는 없다. 돈을 벌려면 피, 땀, 눈물이라는 인간사의 3대 액체를 흘려야 한다. 3대 액체를 흘리는 게 도 닦는 일이다. 절간에서 참선만 하거나 지식을 넓히기 위해 책만 읽는다고 도가 닦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에고를 더 강화시킬 수가 있다. 이 세 가지 액체를 흘리면서 아상(我相·에고)이 녹아든다. 이렇게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도 ‘도’이다. 돈 쓰는 것을 보면 그 사람 도의 경지가 나타난다. 도가 없는 자본가는 식색(食色)과 세컨드에 몰빵한다. 옆 사람이 배가 고픈지, 죽어 나가는지는 관심 없다. 돈을 벌고 쓰는 데서 도가 닦이는 것이다.

구름은 흘러가야 구름이고 돈은 돌고 돌아야 돈이듯이 돈을 잘 써야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다.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돈을 잘 쓰는 것’이다. 돈 잘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는 곳은 많으나 ‘돈을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곳은 거의 없다. 돈 잘 쓰는 법을 모르니 애쓰고 번 돈을 ‘탕진’한다. 돈으로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돈으로 죄를 짓는다.

부처님은 우리에게 “돈을 벌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왜 “돈을 많이 벌라”며 무소유에 역습을 가하셨을까? <잡아함경>에 보면, “많은 재물을 얻으면 즐거이 스스로 쓰고, 부모를 공양하며 처자와 친척과 권속을 돌보며 종들을 가엾이 여겨 돕고 여러 벗들에게 보시하라. 그리고 때때로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공양하라” 또한 “넓은 들판에 못이 있어 맑고 깨끗하고 시원해도 그것을 즐겨 쓰는 이가 없으면 이내 그대로 말라버리고 만다. 훌륭하고 값진 재물도 나쁜 이가 지니게 되면 자신도 즐겁게 쓰지 못하거니와 불쌍한 이들에게 유용하게 쓰이지도 못한다. 부질없이 스스로 괴롭게 모으기만 하고 그렇게 모았다가 허무하게 스스로 잃고 만다. 지혜로운 사람은 많은 재물을 얻으면 즐기면서 기분 좋게 잘 쓸 줄 알고, 가여운 이들을 위해 널리 보시해 공덕도 지으면서도 차곡차곡 더욱 알차게 번성해 나가리라.”고 설하셨다.

도를 깨쳐야 돈도 잘 벌 수 있고 잘 쓸 수 있다. 천하만사가 다 본말(本末)과 주종(主從)이 있듯이 말이다. 도를 아는 사람은 근본을 알아서 근본에 힘을 쓴다. 그럼 자연히 끝도 좋아진다. 그러나 도를 모르는 사람은 끝을 따라 끝에만 힘을 쓰기 때문에 사고가 나는 것이다.

“마음이 바르지 못한 사람이 돈이나 지식이나 권리가 많으면 그것이 도리어 죄악을 짓게 하는 근본이 되나니 마음이 바른 뒤에야 돈과 지식과 권리가 다 영원한 복으로 화 하나니라.”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