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3. 27 月  
로그인 회원가입 스크랩 시민제보
기사최종편집일 2023-03-26 21:42:12
   
Home > 오피니언 > 사람들 > 소통칼럼
 
   
전체메일보내기
소소한 마을 이야기

 

 


채수훈(왕궁면장, 영등1동민)

 

세밑 끝자락에 주민 한 분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면장과 차 한잔을 나누자 했다. 탁자로 안내하였다. 그분은 민원실에서 발급받은 주민등록초본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안부 인사를 나눈 후 본인의 마을 이야기를 하셨다. 마을의 보상금 배분을 놓고 주민들이 논란에 휩싸였다고 한다. 마을에서 총회를 하였다. 대다수 노인들이 나 죽으면 아무 필요 없다고 했다. 살아있을 때 돈을 써야 한다며 나누기를 원한다고 했다. 돈을 쓰기는 쉬워도 모으기는 어렵다. 주민 간에 나누어 주기보다 잘 모아 놓았다가 공동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민원인은 보상금 배분 방식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보상금을 2백만원씩 지급하는데 주민등록초본상 5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만 나누어 준다고 했다. 이장이 거주 여부를 확인할 증명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면 행정복지센터에 증명서를 발급받으러 온 것이다. 배분 방식 기준이 얼토당토않다고 하였다. 시골 인심이 예전 같지 않다고 개탄하였다.
  마을에 20년 넘게 산 어르신이 있다. 주소가 외지에 있다고 주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자연히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주민은 잘못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한편 마을 경로당 회원은 65세 이상자로 가입하게 돼 있다. 주소가 타지로 되어 있으면 회원가입은 어떻게 할까? 경로당 이용 시 주눅이 들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귀농?귀촌한 이웃은 원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이 또한 보상금 지급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귀농?귀촌의 기준은 몇 년일까? 그 주민도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마을 일에 똑같이 참여한다. 애경사가 있을 때마다 비용도 지출하였다. 주민으로 불인정은 말이 안 된다고 항변하였다. 주민들 간에도 인도 브라만 제도처럼 계급적 차별이 존재하고 있을까?
  이 마을에는 자치 규약이 없다. 보상금이 생겨나자 주민들이 모여서 총회를 한 것이다. 다수결로 의결된 내용대로 결정한다. 누군가 목소리 크거나 영향력 있는 주민이 이것은 이렇게, 저것은 저렇게 해야 한다고 하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대충 결정된다. 미참석자는 발언권이 없다. 물질적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군중심리를 잘 이용한다고 할까.
  이 주민의 마을 이야기는 비단 이 마을에만 해당하는 것일까? 아니다. 주민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고향 시골 마을을 떠올리며 머릿속으로 열심히 비교해 봤다. 작년에 어머니께서 통장 계좌번호를 불러달라고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마을 기금을 주민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하여 필요하다고 했다. 직감은 되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무슨 돈을 나누어 주냐고 했다. 마을에 7천만원 정도가 통장에 있는데 총회에서 1가구당 2백만원씩 나누어 갖기로 했다고 하였다. 총회 뒷이야기는 마을에 가서 이장에게 소상히 듣게 되었는데 사무실에 찾아온 주민 이야기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 마을에는 몇 년 전 에너지자립마을사업으로 집집이 태양광을 설치하였다. 일부에서 이사 온 주민들은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원주민의 잣대는 무엇일까. 20년 전에 이사 오거나 7년 전에 귀촌한 주민도 어엿한 마을 사람이다. 주민등록상 장기 거주자인지 아니면 조상이 선대부터 살아온 사람인지 애매모호하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 때는 주민들이 총화 단결하여 마을 지붕과 담장 개량, 안길 확?포장, 마을회관과 공동창고 건설, 공동상수도 설치 등 내 일처럼 울력했다. 그 후 산업화의 고도성장과 도시화로 이농현상이 가속화되었다. 이제 농촌은 초고령사회가 되었고, 빈집이 늘어나게 됐다. 마을은 불과 40여 년 만에 54가구에서 27가구로 반토막 났고 인구도 1/3로 줄었으며 60세 미만은 거의 없다.
  시대 변화에 따라 마을 인심도 변해갔다. 고향을 떠났다가 간혹 돌아오는 출향인의 귀향은 수월했다. 하지만 타지 사람들의 귀농?귀촌에는 여전히 텃세가 심해지면서 정착하기가 쉽지 않아서 감정과 갈등이 증폭되어 갔다. 물론 귀농?귀촌인이 시골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해 벌어지는 마을의 소소한 사건들도 많다.
  이 같은 현상은 마을에 정부 보조금과 보상금이 유입되거나 귀농?귀촌인과의 갈등으로 마을공동체문화가 파괴되면서 시골 인심도 예전 같지 않다. 농촌 마을은 1970년대에 비하여 주거, 도로, 복지 등이 향상되었지만 동네 밖의 돈이 쌓여가면서 공동체는 해체 일로를 걷는 것 같다.
  이는 전국 어느 마을이나 비슷하게 겪고 있는 홍역이다. 결코 흉보며 웃어넘길 얘기는 아닌 것 같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을에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되었다. 1년에 출산아가 한 명도 없는 마을이 태반이다. 농촌에 아이가 태어나도 돌볼 사람과 아동시설이 열악하다. 대한민국 마을은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늙어가며 소멸의 길을 향해 걷고 있다.
  2020년 소멸위험지역은 전국 시?군?구 229곳 중 102곳인 44.5%로 나타났다. 한 지역에서 20~39세 가임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소멸위험이 높은 지역이다. 소멸위험지수 값이 0.2 미만일 경우 노인들 뿐이고 공동체는 소멸 중이라는 뜻이다.
  마을은 가장 작은 지역단위이다. 이 초석이 무너지면 읍?면?동, 시?군?구, 더 나아가 국가도 존립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민원인이 귀가한 후 그 소소한 이야기를 복기하며 마을공동체 해법을 떠올려보았다. 누군가 마을만이 희망이라고 했다. 그 희망을 어디에서 찾으면 좋을까. 좋은 이웃을 만나기 위해선 내가 먼저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한다. 이웃과 함께 잘 어울려서 사는 법이란 길잡이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아니면 마을 자치 규약 만들기 사업이라도 펼쳐야 할까.


23-01-30 11:49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시민제보~~!!!!
누가봐도..... 불협화음을 조장하…
김병옥 조합장님! 감사드립니다!
청년 농업인 응원합니다
익산애 감사합니다
역시 익산! 역시! 한병도!
슬픈세상 슬픈 현실
정헌율 시장과 한병도 의원은 유치…
처음부터 배제하는 것은 잘못 된것…
익산 모든 정치역량을 합해서 반드…
전북에 제2혁신도시를 구축합시다!…
봄 2
샤워실의 바보짓
나마스테
봄1
익산의 삼남대로를 찾아서(2-1)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시민제보 | 이용약관 | 개인정보보호정책 | 기사올림방
발행인 편집인 : 고정숙 대표 : 고정숙 편집국장 : 공인배 등록번호 : 전북다01256 등록년원일 : 2009년 4월 20일
창간호발행 : 2009년 5월 18일 제호: 주간소통신문 주소 : 전북 익산시 남중동 480-2번지 소통신문 대표전화 : 063)837-8588
인쇄인 : 왕궁인쇄 이메일 : sotongsinmun@hanmail.net 팩스 : 0630291-6450
Copyright (c) 2009 SOTONGSINM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