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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22-11-21 13: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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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팀목
▲ 윤복순




프로그램 내용도 모른 체 가장 청년다운 녹음이 보고 싶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신청했다. 내가 좋아하는 지리산이지 않은가. 처음으로 가본 산도 지리산이고 지금까지 이십여 번을 갔을 정도로 이러저런 인연이 많다.

백두대간 지리산 남원 산림조합에서 초청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날짜가 22일이라 했다 23일이라더니 최종 6월 22일로 조율 되었다. 한일여성 친선협회 전북지부 창립 기념일과 같아 더욱 의미가 깊다.

산림청에서 하는 프로젝트에 남원 산림조합이 당선되었다. 취약계층, 다문화 가정, 장애우,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 등을 위한 프로그램인데 그들이 생업 때문에 다 참석을 못해 그 예산이 남았고, 그 예산을 일반인을 위해 쓸 수 있는 범위가 마련되어 우리 모임이 초청 받을 수 있었다.

육모정에서 정령치로 가는 길의 나뭇잎은 참기름을 발라 놓은 듯 반짝반짝 윤이 난다. 신록보다 단풍보다 젊은 기상이 펄펄 넘치는 지금 이때의 숲을 좋아한다. 나뭇잎들이 수국꽃송이같이 탐스런 녹색 꽃을 골짜기 마다 피워 놓았다. 이런 풍경이 한없이 펼쳐지니 차 안에서 보는데도 온 몸이 야호 야호 반응을 한다, 이 구경만으로도 약국 문을 닫고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다.

첫 프로그램은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체험휴양시설에서 이루어졌다. 숲길 오감 산책이다. 숲 해설사의 나무 이름과 생태 등의 설명을 들으며 큰 나무속을 걷는데 눈 코 귀 피부 마음 모두 룰루랄라 환호성이다.

느티나무의 외줄면충은 잎에 열매처럼 붙어있는 것으로 수액을 빨아먹고 산다. 그 혹 속에 많은 진딧물이 들어있다. 성충이 되면 충영(혹)으로부터 탈출하고 충영은 갈색으로 변한 채 그대로 있다가 잎이 떨어질 때 같이 떨어진다. 또한 혹이 탈락하면 잎에 구멍이 뚫리고 조기 낙엽이 된다. 오늘 본 나무에도 많이 붙어있다. 아는 것이 없는 나는 오늘 처음 알았다.

산에는 비슷하게 생긴 나물이나 버섯이 많다. 잘 안다고 채취해 먹으면 생명까지 위험하니 먹는 것은 꼭 마트에서 사 먹으라고 부탁한다. 나물이나 버섯을 잘못 먹어 불행한 일이 발생한 뉴스를 가끔 접한다.

숲과 교감 나누기다. 숲 치유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치료사의 설명을 듣고 그가 쓴 시를 낭송하는 시간도 가졌다. 숲속에 들어가면 공기부터 다르고 녹색으로 눈뜨기가 편하다. 몸도 마음도 상쾌하다. 이미 치유가 다 된 것이다. 이 맛 때문에 아침마다 원대 수목원에 큰 나뭇길을 걸으러 간다. 지리산인데 그 맛은 말할 필요가 있을까.

통나무 의자에 앉아 큰 숨쉬기를 했다. 처음 생수를 판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미친 짓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물을 사먹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그렇듯 머지않아 공기를 사 마시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실제 상품도 있는데 한 번 마시는데 천원 꼴이 된다고 한다. 다 같이 심호흡을 하며 돈을 벌었다.

그가 새소리를 정말 똑같이 낸다. 바로 숲속의 새가 대답을 한다. 교감이 뭐 특별할까. 나무에게 말을 걸고 내 얘기를 하고 나무의 상태를 칭찬해 주고 같이 아파해 주는 것이지. 숲을 거닐고 숲에 안겼다.

한 나무가 태풍에 쓰러졌는데 그 옆의 나무 덕분에 땅에 떨어지지 않고 버티고 서 있다. 옆의 나무는 ‘버팀목’ 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잠시 나의 버팀목은 무엇일까 나는 또 누구의 버팀목일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노송 군락지에 갔다. 옛날 운봉에 큰 부자가 두 명 있었다. 한 사람은 돈이 모이면 논을 사 살림을 늘렸고, 다른 사람은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 나무들을 지금 우리가 본다. 그 부자는 두고두고 후손들이 찾아와서 이리 볼 것을 예견하고 심었을까.

300년이 넘은 소나무들로 지리산의 역사와 만고풍상을 겪으며 허리가 휘어 누워있는 나무들이 많다. 쓰러져있을지라도 그 기개와 위풍당당함은 감히 범접을 못하겠다. 선비 같고 양반 같은 거목에 고개 숙여 예를 다하고 가까이 갔다. 그 누워있는 나무를 뒤의 나무가 받쳐주어 그곳에서 다시 반듯하게 몸피를 세웠다. 뒤의 나무도 앞 나무를 의지해 가지를 뻗어 윗부분은 마치 한 나무 같다. 그 두 나무를 부부나무라고 한단다. 부부는 최고의 버팀목이다.

오후엔 다육식물 수세미 토피어리 체험이다. 수세미 농장에서 나온 수세미를 이용한 화분 만들기다. 1회용 플라스틱 컵을 재활용 해 1/3정도 모래를 넣는다. 수세미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속을 꾹 눌러 공간을 만든다. 다육이 뿌리부분을 물에 젖은 이끼(수태)로 감싼다. 다육식물을 수세미에 심는다. 빈 공간을 모래로 채운다. 이 모래가 수세미가 넘어지지 않게 버팀목이 된다. 수세미를 컵 모래위에 올려놓고 수태로 공간을 채워 준다.

물은 수태가 완전히 바싹 말라 있을 때 준다. 마사(모래)까지만 부어준다. 다육식물은 실내에서 키운다. 햇빛이 강한 곳에 두면 이끼의 수분 증발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내가 만든 것을 가지고 왔다. 이름은 유접곡이다.

주천에서 구룡폭포까지 지리산 둘레길 일부구간이다. 이곳은 시간이 모자라고 날씨가 더워 2폭포까지만 걸었다. 해설사의 설명이 지리산만큼이나 명품이다. 많이 가물어서 구룡계곡엔 물이 조금밖에 없다.

2폭포에서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물싸움을 하며 물놀이를 했다. 선비들은 한여름 큰 바위와 정자가 있는 계곡에서 탁족을 하며 시를 지어 주거니 받거니 풍류를 즐겼다는데, 육모정이 있고 너럭바위가 있는데 우리는 그저 물장난만 쳤다. 숲속을 걷고 교감하고 체험하고 물놀이까지 지리산에서의 힐링 제대로 했다.

저녁식사 시간 11월 “6차 한일문화경계를 넘어서 국제교류의 밤” 행사 때 부를 ‘각시풀이노래’와 일본 ‘후루사토(故鄕)’ 노래를 연습했다. 국악 전공자의, 일본인 선생의 선창으로 따라 불렀다. 이미 동영상을 보며 혼자 연습을 했지만 선생님이 틀린 부분을 잡아주고 단어와 그 분위기 설명까지 해 주니, 쉽고 이해가 빨랐다.

회장님의 리더십과 회원들의 특기 하나하나가 우리 모임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매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버팀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22-07-2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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