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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22-08-08 22: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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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의 아침
▲ 윤복순



 

달포쯤 전이다. 새벽마다 운동을 나가던 공원이 이런저런 개보수 공사를 시작했다. 날이 따뜻하고 해도 일찍 뜨니 아침 운동 나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원대 수목원으로 장소를 바꿨다. 공원은 아파트 바로 뒤로 큰 길만 건너면 되지만 수목원은 30분을 걸어가야 한다.

5월 초 수목원은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새벽엔 사람이 없어 나의 독차지다. 작약꽃이 맞이해 주고, 붉은칠엽수꽃이 큰 소리로 저 좀 봐 달라 하고, 소영도리꽃 가막살나무꽃 불두화 등등 꽃 잔치도 한창이었다. 장미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양팔을 벌리고 심호흡을 하며 콧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공기, 나무, 조경, 꽃 등 ‘감사합니다.’를 한 백 번쯤 한다.

장미정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비가 오지 않아 송알송알 맺힌 꽃봉오리를 피워내지 못할까 마음을 졸였다. 생명력은 위대해 가뭄 속에서도 한 송이 두 송이 꽃을 피워냈다. 얼마가지 못해 시들어 가고 맺힌 송이들은 개화를 못하고 있었다. 살면서 죽으란 법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숨이 막혀갈 즈음 조금이지만 비가 내렸다. 그 새를 놓치지 않고 온 밭의 장미가 꽃을 피워냈다. 또 ‘감사합니다.’를 백 번쯤 했다.

장미정원 옆으로 연 방죽이 있다. 연 잎도 키를 키우고 잎을 넓혀갔다. 아직은 장미에 눈을 뺏겨 연은 찬밥신세였다. 위쪽은 백련이고 아래쪽은 홍련이다. 백련이 빨리 자라는지 백련지는 거의 바닥이 안 보일 정도다.

화무십일홍이라 장미도 시들기 시작했다. 밤새 비가 조금 내린 다음 날이었다. 연잎의 표면장력으로 밤에 내린 비가 연잎위에 다이아몬드 전시를 해 놓았다. 크고 작고 넓은, 어느 유명 디자이너도 못 해낼 멋지고 다양한 보석 전시를 연잎 마다 하고 있다. 환호성이 터지고 박수가 절로 쳐졌다. 이런 아름다움을 보여주다니 ‘감사합니다.’를 또 백 번쯤 했다.

이제 연지가 대세가 되었다. 비가 오지 않은 날에도 아침이슬이 만들어 놓은 진주들이 작고 앙증맞은 보석잔치를 하고 있다. 요 며칠 작은 비가 소나기처럼 자주 내리니 연지엔 보석들이 연잎마다 가득하다. 해가 이 물기를 말리기 전 인 이 아침에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나 혼자이니 마구 흥분하고 박수치고 소리 지르고 금메달이라도 딴 것 마냥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아~ 행복합니다.’를 외쳤다. 행복함을 주체할 수 없어 난리브루스를 쳤다.

이때 큰 새 한 마리가 후드득 날아올랐다. 황새, 백로, 두루미, 해오라기? 떠오르는 대로 이름을 불러줬다. 아침식사 사냥을 하러 나온 모양인데 내가 호들갑을 떠니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미안, 미안 몇 번을 말했지만 한 번 날아간 새는 돌아오지 않았다. 내일 부터는 속으로만 좋아해야겠다.

연잎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연지의 물이 자꾸 자꾸 줄어든다. 며칠 비가 내렸지만 해갈에는 어림없다. 요즘은 보석도 보석이지만 새 때문에 연못에 간다. 장미정원을 돌면서 멀찍이 보니 그 새가 먹이 사냥을 하는지 조용히 서 있다. 매일 아침 이곳으로 먹이 사냥을 왔던 모양인데 내가 꽃에 눈이 팔려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 녀석의 이름은 무엇일까. 황새는 아니다. 흰색이 아니니까. 흑두루미라고 하기엔 회색에 가깝다. 그렇다면 재두루미? 좀 커 보인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왜가리에 가깝다. 왜가리는 원래 철새였는데 텃새가 되었다고 한다. 집단 번식을 하며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 사이 한배에 서너 개의 알을 낳고 한 달여 알을 품어 부화하면 두어 달 암수가 함께 새끼를 키운다고 한다.

어느 날 제법 큰 물고기를 물고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네 각시 주려고 가지고 가니?’ 말을 걸었는데 새끼 주려고 그랬던 것 같다. 왜가리는 자신의 영역이 확실해 다른 놈이 자신의 영역을 침입하면 피터지게 싸워서라도 기어이 쫒아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녀석이 매일 연지에 온 것이 맞다.

꽃보다 더 예쁜 녹음에 빠져 메타세콰이어길, 은행나무길, 이팦나무길, 벚나무길, 소나무길 단풍나무길 등을 걷느라 연지를 지나치고 말았다. 출근 때문에 집에 돌아와야 할 시간이다. 늦었는데 아무래도 그 애가 “오늘은 할머니 안 나오나.” 걱정하고 있을 것 같아 정신없이 가보니 정말 연지에 와있다. ‘안녕, 안녕 나 왔다. 할머니 이상 없음.’ 인사를 하니 안심이 되는지 날아올랐다.

매일 아침 연지를 기웃거린다. 그 녀석을 보기 위해서다. 못 만나는 날도 있다. 먹이사냥 성공률이 대여섯 번에 한 번 정도라는데 연못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가물어서 물도 별로 없다. 먹이는 잉어 매기 가물치 개구리 뱀 등이라는데 그런 것들을 볼 수가 없다. 어제 먹이사냥을 못해서 안 오는 걸까.

수목원 가는 길에 조그만 하천이 있고 주변의 논엔 모두 모내기가 끝났다. 하천 물에선 악취가 난다. 얼굴이 찡그려져 다른 길을 택했다. 밭을 지나 논길로 접어드니 논에서 그 녀석이 날아오른다. 들판이 넓어서 날지 않았으면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루 못 보았다고 녀석도 반가웠나 보다.

연꽃봉오리가 서너 개 올라와 있고 한 송이는 붉게 피었다. 수목원은 날마다 변신중이다. 왜가리는 보이지 않았다. 정말 연못에 먹잇감이 없나 걱정이다. 오늘도 안 보이면 어떻게 할까. 조마조마 하는 마음으로 연못에 가니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고 있다. 짝꿍까지 데리고 와서.

짝꿍은 나를 보고 날아가고 그 녀석은 그 사이 정이 들었다고 좀 더 가까이 갈 때가지 있다가 건너 편 소나무 위로 날아가 오래 동안 날개를 팔락거린다. 저도 나를 기다렸다고 건강하게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으니 안심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 할머니 아무 일 없으니 어서 네 새끼들한테 가봐.’ 그 녀석의 날개 짓만큼이나 크게 나도 손을 흔들었다. ‘내일 또 봐.’

6월 수목원의 아침이다.


22-06-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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