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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같은 일꾼을 찾습니다.

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헤르만 헤세의 작품 『동방순례』에 ‘레오’라는 일꾼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레오는 성지를 찾아가는 순례단의 일원입니다. 그는 식사준비나 세탁 등의 뒷바라지는 물론 순례단의 잡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종처럼 일했습니다. 저녁이면 지친 순례단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순례단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순례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두루 살펴 도움을 주곤 하였습니다.

레오는 수시로 짐 나르는 일을 도왔고, 때로는 대변인의 사사로운 일을 맡아서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외모가 뛰어 나거나 학력이 높은 편이 아니어서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그는 어딘지 사람을 끄는 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쉽사리 사로잡는 힘이 있어서 모두가 그를 좋아했습니다. 이런 레오 덕분에 순례단의 일정은 늘 활기차고 순조로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레오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순례단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일정들이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서로 갈등이 일어나 결국에는 순례를 포기하는 상황까지 이르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그제야 레오가 종이 아니라 순례단의 진정한 리더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후 순례단의 한 사람이 수 년 동안 레오를 찾아 헤맨 결과, 마침내 그를 만나게 되었고, 종으로만 알던 레오가 순례단을 후원하는 교단의 우두머리이자 정신적 지도자였음을 알게 됩니다. 이것이 『동방순례』의 대강 줄거리입니다.

지도력에 대한 두 가지 중요한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특성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섬김의 리더십>입니다. 특성이론은 1980년대 이전의 지도력 이론으로, 능력과 학력, 성취력과 책임성 그리고 걸맞는 지위 같은 5가지 특성을 갖춘 사람이 지도자로 적합하다는 이론입니다.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란,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곁에서 이끌어주는 리더십을 말합니다. 다른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하인의 리더십, 섬기는 리더십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착안하여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로버트 K. 그린리프는 진정한 현대의 리더십은 바로 ‘섬김의 리더십’임을 주창하였고, 이 서번트 리더십이 21세기 리더십의 주요한 흐름을 이끌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리더는 방향제시자로 조직의 비전을 보여주며, 의견조율자로 구성원들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조력자로서 서포터가 되어서 타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대통령 선거와 취임 이후 뉴스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모든 면에서 엄중한 이 시기에 당선의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감을 앞세운 봉사와 섬김의 자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한 외모나 학벌, 이력이나 경력이 아니라 여야를 초월해 진심으로 서민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며 소외된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줄 아는 공감하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처럼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리더십은 바로 섬김의 리더십입니다. 이러한 리더는 양들을 앞에서 이끄는 독선적인 리더도, 뒤에서 모는 관리형의 리더도 아닙니다. 이러한 섬김의 리더십의 창시자는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성경은 예수님이 자신이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요 도리어 섬기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셨으며, 한 평생 섬김의 삶을 사시다가 십자가에서 대속의 제물이 되셨다고 증언합니다.(마가10:43-45)

진정한 지도자를 판별하는 시금석 중의 하나는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공감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가진 지위, 취득한 학위, 휘감는 외투가 참된 그의 모습이 아닐 것입니다. 속사람에서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참된 모습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소수 정치적 엘리트 집단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우리 지역의 운영과 생활의 변화에 참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선거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에 시선을 끄는 요란한 음악과 구호들, 유권자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다양한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있지만 감동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우리 지역을 위한 유권자의 냉철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과연 누가 섬김의 리더십에 근접해 있는 지를 분별하며 국민으로서의 주권을 빠짐없이 행사할 수 있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22-05-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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