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희망은 한 마리 새
  영혼 위에 걸터앉아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며
  그칠 줄을 모른다.

  모진 바람 속에서 더욱 달콤한 소리
  아무리 심한 폭풍도
  많은 이의 가슴 따뜻이 보듬는
  그 작은 새의 노래 멈추지 못하리.

  나는 아주 추운 땅에서도
  아주 낯선 바다에서도 그 소리를 들었다
  허나 아무리 절박해도 그건 내게
  빵 한 조각 청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후 벌어지는 일들과 최근의 뉴스들을 마주하며 여러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날들입니다. 사람마다 또 삶의 자리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거짓뉴스를 검증 없이 전하는 종교인들에게 목사로서 화가 납니다. 또한 20년의 청춘을 바친 예비역 군종목사로서 안보의 문제에 정치적인 색채를 보이는 예비역 장군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느낍니다.  

 오늘 아침,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즐겁게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에 깨어나 위의 시를 찾아봤습니다. 미국 최고의 여성시인으로 손꼽히는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의 〈희망은 한 마리 새〉입니다. 그녀는 평생 살던 마을을 거의 떠나지 않고 지냈으며 청교도답게 매우 검소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녀의 시는 자연과 사랑 외에도 죽음과 영원 등의 주제를 많이 다루었다고 알려집니다.

 디킨슨은 희망은 우리의 영혼 속에 걸터앉은 한 마리의 새와 같다고 말합니다. 희망은 작은 새의 소리처럼 금방 사라져버릴 것처럼 보이지만, 영혼 위에 걸터앉은 새처럼 지치지 않고 노래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모진 바람도, 아무리 심한 폭풍도 그 소리를 멈추게 하지 못한다고 말해줍니다. 아주 추운 땅에서도 아주 낯선 바다에서도 그 희망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시인의 감성이 너무 부럽습니다.

 희망이란 두 자 만큼 위대한 말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것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희망은 우리의 시간에 활력을 주고, 우리의 앞날에 밝음을 약속합니다. 〈단테의 신곡〉에 보면 지옥 입구에 붙은 푯말에 이렇게 써있답니다. “이리로 들어가는 자는 희망을 버려라!” 그렇습니다. 희망이 끊어지는 것은 산소 공급이 끊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허무와 무의미라는 정신적 마비를 가져오고 맙니다. 희망의 공급만이 행복을 향하여 새 출발을 하게 하는 것이지요.

 아프리카 최남단 곶을 옛날에는 ‘폭풍의 곶’이라고 불렀습니다. 너무 험한 바다여서 수없이 많은 배들이 침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용감한 포르투갈 선원들은 여러 번 도전하여 드디어 안전하게 이곳을 통과할 수 있는 해로를 발견하였습니다. 그 후 이곳을 이름을 바꾸어 ‘희망봉’이라고 부르게 하였습니다. 폭풍, 바로 그 속에 안전이 있었고, 절망 속에 희망이 있었던 것입니다.

 인간이 살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때는 출구가 없을 때일 것입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희망은 강한 용기요, 새로운 의지”라고 말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우리의 불행을 치료하는 한 가지 명약은 바로 희망”이라고 말했습니다. 끄트머리는 끝과 머리의 합성어입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새해의 시작이 숨어 있듯이 절망의 끝자락에 희망의 시작이 숨어있다는 의미입니다.

 성서가 말하는 십자가는 죽음, 끝, 절망입니다. 부활은 생명, 시작, 희망을 말합니다. 그래서 희망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은 그의 책 〈희망의 신학〉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살아있는 한 희망한다. 아니 죽더라도 희망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셨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을 갖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시작하면서 우리가 품어야 할 생각은 아무리 어려워도 “그래도 희망을 갖는 것”입니다. 코로나의 변형인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급증하는 현실과 새로운 정부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앞서지만 희망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은혜가 함께 하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