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저명한 인지언어심리학자 조지 레이코프 교수가 쓴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책이 있습니다. 내용의 소개는 생략하고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지금 어떤 동물이 생각나고 있습니까? 맞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코끼리가 떠오르게 됩니다. 책 제목의 영향으로 이미 우리 안에 코끼리라는 프레임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런 코끼리 프레임과 비슷합니다.

요즘 최고로 잘 팔리는 책이 등장했습니다. 지난달 31일 공식 출간 이후 하루 만에 판매 부수 10만부를, 2주 만에 20만부를 돌파했습니다. 2주 연속 국내 주요 서점가 3곳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 중입니다. 그 동안 불경기로 허덕이는 출판계와 서점가에 희소식일 것입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광적으로 책을 사서 읽고 나누고 한쪽에서는 극렬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평가를 내리는 것은 프레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프레임이란 말은 원래의 기초, 뼈대, 틀 등의 뜻인데, 이 의미가 확장성을 가져 공사 현장, 구조물 등의 골격이 되는 것을 프레임이라고도 합니다. 최근에는 언론보도의 ‘틀’과 관련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언론의 보도들이 프레임에 갇혀 있으며 그 자체가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갖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는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독자들의 관점과 사회의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맙니다.

물론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토대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여름철 물놀이를 하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장마 빗길에서 자동차 사고를 경험했다면 이 사람은 여름이라는 계절 자체를 싫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절은 지극히 중립적인데도 불구하고 아픔을 주었다는 생각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러한 생각을 프레임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만의 프레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출생이론에 따르면 출생순위에 따라 그 자녀의 성격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프레임은 어릴 때부터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쌓이고 배워왔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이 맞는다고 생각하게 되고, 외부에서 틀렸다고 지적해도 여전히 듣지 않게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는 생활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프레임에 갇혀버린 사람이 되고 맙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프레임에 갇혀버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제국주의자들이 대부분 자신들만의 프레임에 갇혀있었고 성경에 나오는 대부분의 바리새인들과 율법주의자들도 자신들만의 프레임에 갇혀있던 사람들입니다. 또 건강하지 못한 종교계의 이단 무리들도 자신들의 프레임을 만들고 그 프레임에 사람들을 가두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레임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제국주의자들은 전쟁을 일으켰고 바리새인과 율법주의자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죽였으며 종교계의 이단들은 사회적인 큰 상처와 문제를 야기 시켰던 것입니다.

프레임은 한마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의 규모와 형태 그리고 색깔이 세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붉은색 창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은 모두 붉은색이며 푸른 색 창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은 온통 푸른색입니다. 이처럼 사람마다 프레임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과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대응방식도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프레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프레임은 고정입니다. 그래서 삶을 바꾸려면 먼저 프레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을 경제적으로 돕거나 백신을 제공하는 일에 대해서 인도적인 차원으로 돕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어차피 도와주어봐야 남침용 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거나 김정일 정권만 이롭게 하는 것이니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마다 정당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언론도 서로 간의 프레임을 물고 물어뜯기는 프레임 씌우기를 감행하기도 하는 것이지요.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을 가진 사람들은 프레임을 쉽게 바꾸지 못합니다. 오랜 세월로 형성된 프레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종종 살면서 다른 프레임으로 보는 시선들이 필요합니다. 관점이 다르다고 모두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 3의 관점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때로는 새롭게, 때로는 다르게 보면서 자신의 프레임을 말랑말랑하게 점검해야 할 필요들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프레임 밖에 더 넓은 곳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도들이 분명히 필요할 것입니다. 신앙의 관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우리의 프레임이 좀 더 건강하고 더욱 아름답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