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인터내셔널(국제NGO) 이사장
김영주

요즘 TV만 켜면 홈쇼핑 방송 광고가 두드러지게 많다. 별의별 물건들이 소개된다. 돈만 있으면 집안에서 앉아 무엇이든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아내로부터 부송동 집 앞 마트에선 2만 원 이상 물건을 주문하면 집에까지 배달해 준다는 말에 놀랐던 적이 있다. 언젠가 고향 시골 시제(時祭)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그 깊은 산에까지 음식을 배달해 주는 곳이 있었다. 시제 음식은 좋은 재료를 구입하여 집안끼리 돌아가며 음식을 장만했었다. 그러나 요즘 시골에는 젊은 사람들이 없어 연세가 많은 어른들이 음식을 장만하기가 어려워 식당으로 음식을 주문하여 식사를 한단다. 명절에도 식사를 배달해 준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길거리에 보면 3~4대씩 진열해 놓은 무인세탁기도 있다. 안내문을 보고 동전을 넣고 따라 하면 이불이 세탁되고 건조까지 되어 나온다.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좋은 세상 아름다운 인연들의 성혼을 위한 결혼 정보회사들도 많다. 가족을 만드는 기업인 셈이다. 영유아를 위한 전문시설들도 직장을 다녀야 하는 엄마들에게는 고마운 곳이다. 어르신들을 위한 전문시설도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가족 같은 보살핌을 받을 수 있으니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집 밖만 나가면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맘만 먹고 나서면 곳곳에 설치된 여러 가지 운동기구들이 건강도 지켜주고 삶에 활력을 되찾아 주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될까 싶은 삶도 있다. 하나둘 늘어가더니 벌써 보편적인 삶의 형태가 되어가고 있다.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이란,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신조어로 배우자의 자유와 자립을 존중하며 일하는 삶에서 보람을 찾으려는 자녀 없는 부부를 말한다. 통크족은(Two only no kids)의 약칭으로 자녀에게 부양받기를 거부하고 부부끼리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노인 세대를 말한다. 손자·손녀를 돌보느라 시간을 빼앗기던 전통적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상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인생을 추구하는 이른바 신세대 노인층을 말한다. 현대를 문명 시대라고 한다. 인류 생활이 평화스럽고 행복해야 문명의 시대이다. 그러나 현대의 인심은 오히려 야박해 가고 있다. 세상이 험난한 것은 대부분의 원인이 물질을 구하다가 생기는 일이다. 물질문명이 빚어내는 향락 생활에만 만족하여 기울어져 가는 세도인심을 바로 잡는 정신개벽에 등한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필코 정신을 개벽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한없이 편리한 세상에서 우리가 모두 정말 안녕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물질은 반드시 규모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물질을 계획 없이 소비하고 지출하다 보면 반드시 과소비를 불러오게 되어 있다. 그러면 그 삶은 무분별한 삶이 되고 본의 아니게 사치하게 된다. 이 땅에는 많이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동시에 너무 없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 없어서 탄식하고 눈물 흘리고 절망하고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것을 알아야 물질을 사용하는 자세가 달라지고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생긴다. 우리는 이 물질을 잘 사용하면 큰 덕을 쌓을 수가 있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큰 부덕을 끼치고 부작용을 낳는다. 내 것을 잘못 사용해도 부작용이 일어난다. 또 남의 것을 빌리고 긁어모아 살다가 나중에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것이 모두 물질에 대해서 생각이 건전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부작용들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이 많다고 해서 물 쓰듯 하는 삶의 태도도 좋은 삶이 아니다. 오늘날 이 사회를 보면 극에 달하는 사치풍조도 일어나고 있다. 이런 삶은 없는 사람들을 초라하게 만들고 용기를 잃게 하는 삶의 태도이다. 강남에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지우개를 사서 사용하는데 그 값이 자그마치 구찌 상표가 붙어서 14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14만 원짜리 지우개를 사서 주면 어쩌자는 것인가. 그러니까 아이들이 생각 없이 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지우개 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면 미래가 문제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는 날에는 그 나라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오늘의 부모들도 아이들과 똑같이 자기중심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부모들도 자식들에게 매이거나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 오늘의 정치지도자들 조차도 국민들을 염두에 두지도 않는다. 선거 때만 되면 머리 숙이고 있다. 당선만 되면 권력자로 변한다.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지혜로운 정치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지도자는 어려서부터 규모 있게 성장하고 생각하고 폭넓은 배려의 마음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지도자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