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자가 사신이 되어 초나라로 가려고 하였다. 초 왕이 이 소문을 듣고 좌우 대신에게 물었다. “안자는 제나라의 달변가이다. 곧 온다니 내가 그를 욕보이고 싶다.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좌우 대신들이 대답하였다. “그가 도착했을 때, 저희가 ‘한 사람을 포박하겠습니다!’하며 지나가겠습니다. 왕께서 ‘누구를’하고 말하시면, 저희가 ‘제나라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왕께서 ‘무슨 죄로?’라고 하시면 저희가 ‘도둑질한 죄입니다!’라고 하겠사옵니다.”

안자가 도착하였다. 초 왕이 안자에게 술자리를 베풀었다. 주흥이 무르익자 관리 두 명이 한 사람을 포박하여 왕에게 끌고 갔다. 왕이 물었다. “포박한 자가 누구냐?”, “제나라 사람인데, 도둑질을 했사옵니다.” 왕이 안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 하느냐?” 안자가 자리를 피하며 말했다. “제가 듣기에 귤이 회수 남쪽에서 자라면 귤이 열리지만, 회수 북쪽에서 자라면 탱자가 된다고 합니다. 잎새가 서로 비슷하지만 열매의 맛은 서로 다릅니다. 왜 그럴까요? 풍토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백성이 제나라에서 자랄 때는 도둑질을 하지 못했는데, 초나라에 들어와서 도둑질을 했습니다. 초나라의 풍토가 아니었던들 그가 어찌 도둑질을 잘 할 수 있었겠는지요?” 왕이 웃으면서 말했다. “훌륭한 사람은 놀릴 수 없도다! 내가 도리어 창피를 당했구나.”

<안자춘추 내편잡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