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2020년 한국의 언론 신뢰도가 21%로 4년 연속 세계 주요국 최하위로 평가됐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는 매년 대상국 국민들의 언론 신뢰도를 비교한 <디지털뉴스 리포트>를 공개한다. 이 연구소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협력하여 조사한 2020년 한국 언론 신뢰도는 40개국 평균 38%에 크게 못 미친다.

매체별 뉴스 신뢰도는 JTBC(54%), MBC, YTN, KBS, SBS(49%) 순으로 조사됐다. 매체별 불신도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TV조선, 채널A 순으로 나왔다. 우리 국민들은 지상파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에, 주요 종합일간지 및 종편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국민 5명 중 4명은 우리나라 언론의 보도를 신뢰하지 않는다. 주요 종합일간지 및 종편의 뉴스 신뢰도는 30%선에 불과하다. 이들은 오락·연예·스포츠 콘텐츠에 광고나 홍보를 끼워 파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자일 뿐이고, 사회를 비판하고 의제를 제시하는 언론이 아니란 게 대중의 판단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0년 1월 발표한 <2019 언론인 조사>에 따르면, 언론인들이 느끼는 언론 자유도는 3.31점(5점 만점)으로 최근 10년 이래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신뢰도 2.8점, 정확성 2.76점, 전문성 2.68점, 공정성 2.52점으로 조사됐는바, 10년 전보다 비슷하거나 낮다고 평가했다. 언론인들 스스로 언론 활동의 자유도에 비해 여타 항목이 크게 낮다고 인정한 셈이다.

주간지 시사인이 발표한 <2019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JTBC에 이어 유튜브가 KBS를 제치고 신뢰하는 매체 2위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주요 언론사들이 가짜·편파 뉴스가 판치는 유튜브만도 못하다는 평가였다.

유튜브에는 전문적 지식 및 정보를 근거로 파편화된 사실들을 모아 진실의 큰 그림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채널들이 있다. 언론인들이 언론 보도 이면의 내용을 정리하는 등 양과 질에서 기존 언론을 뛰어넘는 통찰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주요 언론이 유튜브 보다 신뢰도가 낮다는 평가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왜 한국 언론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는가? 인터넷과 다채널, SNS 등의 일반화로 대중의 정보 획득 및 검증, 집단지성의 형성이 쉬워짐에 따라 언론시장의 권력은 오래전에 대중에게 넘어갔다. 그런데도 가진 자의 하수인화, 편파·왜곡 보도, 오보에 대한 무책임한 후속조치, 선정적 상업성을 일삼는 언론은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

일개 사업자인 언론에게 취재와 보도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유는 사회정의에 공헌하라는 것이다. 삼성에게 온갖 아부와 청탁, 구걸을 일삼으면서 경제정의를 어지럽히고, 채널A 사건처럼 권력기관과 결탁하여 호가호위한다는 의혹을 받으며, 기업과 기사 거래나 하는 게 한국 언론의 현주소다. 가진 자의 나팔수 노릇이나 하는 언론을 누가 믿겠는가!

대중은 편파·왜곡 보도에 실소를 금하지 못한다. 현대사회는 특정 사건을 구성하는 사실 전체를 알아도 사건의 진실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단편적인 사실에 살을 붙여 진실을 왜곡하면서 생각의 틀을 짜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영국 BBC 방송은 오보에 대해 거액의 배상과 함께 사장이 사임했고, 일본 아사히신문 또한 오보로 사장이 사임했으며, 미국 뉴욕타임즈는 161년 전 보도한 기사를 정정 보도했다. 그동안 삼양라면 우지 파동 및 쓰레기 만두 소 파동, 그 외에도 남북관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수많은 오보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도 유야무야 넘어간 게 한국 언론이다. 이러니 기레기를 넘어 기더기 소리를 듣는 게 아닌가?

선정적 상업성은 언론의 품질을 하향 평준화시켰다. ‘충격, 경악’ 등 자극적 제목을 달았지만 내용은 별로 없는 ‘단독’기사를 경쟁하고,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문제에 집착하여 개인의 신상이나 탈탈 터는 관음증적 양상까지 보이며, 포털에 게재되는 기사에는 선정적·사행적 광고가 난무한다. 독자들의 자극에 대한 역치를 계속 높여 나간다.

한국신문협회의 기관지인 신문협회보는 최근 기사를 통해, 코로나19로 신문사 경영이 힘드니 정부가 1조원에 달하는 광고홍보비를 빨리 집행하라고 때 쓰고 있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힘든 와중에 유튜브만도 못한 언론에게 혈세를 풀어달라니,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다. 재난지원금을 두고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걱정했던 언론들이 아닌가?

신뢰를 잃어 경영난에 봉착한 언론은 정리되는 게 시장경제의 당연한 논리다. 명확한 철학을 견지하면서 사실에 충실하고, 사실의 이면에 있는 진실을 통해 통찰을 제시하며, 광고 또한 기사 수준의 검증을 하는 진정성을 보인다면 진정성을 갈구하는 소비자가 외면할 리 없다. 혈세를 달라고 손을 벌리기에 앞서, 왜 한국 언론이 신뢰를 잃고 수익창출력이 떨어졌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이제 언론 소비자인 국민들이 나서 한국 언론을 갈아엎어야 한다. 진정성을 토대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를 만드는 창조적 파괴 노력을 하는 언론만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언론에만 소비자와 사회의 지원을 집중해야 언론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