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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기대

익산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김 현 철

얼마 전 2019년을 마무리하는 가족모임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손윗동서가 ‘사회적경제 오늘을 담다’라는 책 십여 권을 인터넷으로 구입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필자가 있는 센터에서 익산 내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사례를 책으로 묶어 출판한 것이었다. 출판 당시 누가 이 책을 살까라는 생각으로 출판했다는 것에 의의를 둔 터라 기대하지 않았던 구매에 내 지갑을 여는 것으로 고마움을 대신하였다.

올 4월이 되면 센터를 설립한 지 만 3년이 된다. 돌이켜 보니, 필자를 포함하여 민간에서 활동하던 활동가 4명이 들어와 공무원들과 함께 지역사회에 대한 경제 분야의 역할과 고민을 공유했던 날들이 영화 필름처럼 기억으로 새겨진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참 많이도 늘었다. 11개이던 사회적기업은 현재 42개나 생겼다. 하나도 없었던 사회적협동조합은 6개로, 그 중 학교협동조합이 2개나 된다. 10개였던 마을기업은 현재도 10개이지만, 그 누구도 꺼려하고 어려워했던 부실 마을기업을 3개나 정리하였으니, 3개의 마을기업을 발굴한 샘이다. 양질의 일자리 또한 그 성과를 보였다. 사회적기업에 종사하던 정규직 근로자가 417명이었던 것에 비해 690명으로 증가하였다. 전북도 교육청이 도내 학교 시설관리 근로자 및 방과 후 교사 등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였고, 작년 9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으로 사회적기업 일자리 대부분이 크게 줄었다는 것을 상기시켜 보면 사회적기업의 일자리에 대한 기여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계산해도 273명 증가했는데, 대기업을 유치하더라도 이를 능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익산시 내 근로자 5인 미만 소상공인 비율이 83.3%(2017년 기준)이라는 점을 비추어볼 때, 그리고 사회적기업 평균 근로자 수가 33.4%, 취약계층 고용비율이 53.1%란 점을 비춰볼 때,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기업의 임팩트는 과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자체 또한 무던히 애를 썼다. 사회적기업에서 생산된 재화에 대한 익산시 공공구매 비율은 15.3%(전국 평균 5.83%)로 전국 최상위이며, 마을기업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확장하여 볼 때 지자체 합동평가 실적은 전북 내 그 어떤 지자체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단연코 1위이다. 이는 부서 성과관리(BSC)와 연계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설정한 것도 있지만, 우리 사회적경제기업이 생산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려고 하는 시청 내 직원들의 전사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2019년도는 익산시 사회적경제의 2.0 시대를 열었다고 자평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기업의 발굴과 지원이 1.0이라 한다면, 작년에는 사회적경제의 확산에 좀 더 무게를 뒀었다. 공공조직 내 확산과 관련하여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를 설계하였고 ‘지역골목경제 융복합 상권 개발사업’을 기획(공모선정)하였다. 농촌활력지원센터와 협업하여 사회적 농업을 이슈화 하였으며, 사회적경제에 맞춘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 선정에도 일조하였다.

민간부문에서는 전무하였던 학교협동조합을 부송중학교와 진경여고에 설립 지원하였다. 센터 선생님들이 학급마다 사회적경제를 교육하고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이뤄낸 성과였다. 부송중학교의 경우 직접 재배한 다육과 나무를 판매하여 얻은 수익금으로 저소득층 가정에 쌀 11포를 기증하였다고 하니 지역사회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의 역할을 어린 학생들이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현재 학교협동조합 관련 예산을 마련하여 동아리 지원에서부터 창업, 그리고 네트워크까지 지원하고 있어 학교 안의 사회적경제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또한 시민대학을 운영하여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과 리빙랩 프로젝트를 통해 전문적인 활동가를 다수 배양한 만큼 경제 이외의 분야로 사회적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시는 여러 지역사회의 문제들을 안고 있다. 2000년 이후 연평균 0.67%의 빠른 감소율, 17%에 달하는 고령인구, 전체 전출인구의 79%를 차지하고 있는 청년유출, 기업들의 도산과 산업자본 이탈에 따른 경기 침체 등은 우리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요인들이다. 칼폴라니는 시장자본주의를 ‘사탄의 맷돌(satan’s mills)’이라 하였다. 우리는 사탄의 맷돌을 당장 멈추게 할 수 없다. 그 어떠한 단기적 처방도 이 맷돌을 멈추게 할 수 없다. 시장자본주의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문제들은 서로 상호적이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장기적 처방을 통해 사탄의 맷돌의 도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의 문제를 경제로만 접근하면 안 되며, 여러 사회적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산업자본 유출로 인한 실업의 증가와 소비위축은 경기침체를 낳아 인구 유출을 초래하는데,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서 산업자본의 유출을 막거나 산업자본을 유치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정주여건, SOC, 교육환경, 의료복지, 문화체육, 사회적 자본 등의 경제외의 사회적 요소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며, 이는 장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2020년을 사회혁신의 해로 기대한다. 경제문제 외의 여러 사회문제들을 시민 스스로가 현장중심으로 해결해 나감으로써 시민들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악취와 쓰레기 등의 환경문제, 과소화로 인한 농촌의 문제, 도로 등의 안전성과 각종 사회위험 문제, 공동체의 갈등 문제 등을 표면위로 드러내어 시민이 참여함으로써 해결점을 찾아가는 혁신의 시대를 말이다. 시민의 의견을 공무원이 정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시민이 문제를 발견하고 참여함으로써 정책을 스스로 제안하는 그러한 모습을 말이다. 우리는 ‘사탄의 맷돌’을 늦추어야 하는 그 시점에 서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