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청년이나 노인이나 일자리가 없어 야단이다. 그러나 자세하게 돌이켜 살펴보면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적절한 마땅한 일할 곳이 없음을 알게 된다.

문화예술인들과 항상 자주 같이하는 나에게 반복하여 지적하는 말들은 예술인들의 생활 속에 뼛속 깊이 새겨진 일상적인 이야기들, 즉 문화예술 활동하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들이다.

먹고 살기 힘들고 사람 구실하기 힘든 직업 중 하나가 예술가인가? 하는 물음이다. 경제적으론 어렵지만 자존심은 강하여 실질적인 경제활동은 빵점인 예술인들이 그나마 현장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이 자존심, 즉 본인들의 창작활동을 누군가 언제인가 인정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지난 2011년 1월인가 한파가 몰아치던 어느 날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의 생활고로 인한 사망사건 이후 우리나라에는 허울 좋은 예술인 복지법이 만들어졌다. 먹고 살기 힘든 예술인들에게 최소한의 지원으로 창작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한다는 법이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오늘, 여전히 실질적인 혜택은 고사하고 예술인 자체를 인정받는 등록조차 힘들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오리무중이다.

문화예술인들을 향하여 선거전에 반짝 약속한 허울 좋은 약속들은 대선 후에나 총선 후, 지방선거 이후에도 지켜지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축제나 문화예술행사에 반짝하고 잠시 참여, 순서까지 바꿔가면서 얼굴 알리기, 축사하고 도망치듯 사라지는 경우는 일상화되어 있다. 더구나 선거가 끝나면 축제 대부분의 행상들은 소모성 예산낭비라고 몰아붙여 앞뒤가 맞지 않는 헛소리를 쏟아내고 있으니- 문화예술은 그리고 문화예술 행사는 우리 인간의 삶의 가치와 행복을 주는 소모나 소비성이 아닌 생산적이고 희망적인 것이라 말하기가 쑥스럽다.

청와대가 작성하여 문화체육관광부로 보내졌던 문화계의 블랙리스트, 그 명단 속에 있던 예술인들에게 정부의 각종 지원사업이 편중됐으며 그로 인하여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의 예술활동에 불이익이 가해졌다.

문화는 우리 삶의 방식이며 그 자체다. 삶의 방식이나 그 자체를 간섭받고서는 문화예술의 자유로운 표현과 활동은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수난을 겪은 문화예술계는 다시 제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지만 아직도 요원하다.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문화예술을 접하며 살아가고 있다지만 그 소중함을 잊고 지내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공기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예술문화와 함께하는 삶이지만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문화예술은 흔하지만 소중하게 다루어야 할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이 없다. 예술계의 가치 인정과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익산의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며 나아가 관광의 밑바탕이 되고 시민의 수입의 원천이 되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영국의 유머작가 ‘제롬케이제롬’(Jerome K. Jerome : 1859~1927)은 “돈을 받아가며 하는 일은 괴로운 일이고, 돈을 써가며 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제롬의 이야기는 ‘일’과 ‘놀이’의 관계에 대하여 매우 중요한 암시를 던져주고 있다. 같은 일이라 하더라도 자기가 좋아서 즐겨하게 되면 ‘놀이’로서의 성격을 띠게 되고 마지못해서 억지로 하게 되면 단순한 고역(苦役)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의 글은 직업이라는 것에 대한 많은 것을 시사한다.

반면 예술이나 스포츠를 직업으로 하는 경우는 일과 놀이가 혼합되어 놀이의 요소가 전혀 없는 순전한 고역으로서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며 또 일의 요소가 전혀 없는 순수한 즐거움에만 도취하며 그 활동을 하는 사람도 적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모든 일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