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월을 기다린다. 새 달력이 오면 4월의 몇 째 주가 좋을까를 가늠해보곤 한다. 변덕스런 봄 날씨를 잘  맞춰야  할 뿐 아니라 봄비의 양도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4월은 우리 집에 세 부부가 오는 달이다. 서울에 사는 그들은 전라도 구경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나는 기꺼이 전라도 홍보대사로 나섰다. 올해로 벌써 일곱 번 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전라도가 마치 나의 것 인양 어깨가 으쓱해진다.

작년에는 4월 넷째 주말로 했더니 너무 늦었다. 그래서 올해는 둘째 주말로 잡았다. 지구 온난 화어쩌고 하면서 봄이 일찍 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봄 가뭄이 심해 못내 내 가슴을   졸이게 한다.

나는 오직 그 일에만 신경 쓰느라 막상 그날이 우리 집 한식날이라는 것을 깜박 잊었다. 우리 집은 장손집이라서 이래저래 걸리는 날이 많다. 그러나 세 가족이나 초대해 놓고 날짜를 바꾸기가 어려워 한식을 하루 앞질러 치러야 할까보다.

나는 그들에게 새만금과 부안, 용담댐과 운일암반일암, 덕유산과 무주리조트, 장아찌와   순창, 선운사와 고인돌로 안내했다.

고창에서 문제가 생겼다. 우연히 들른 야산에서 우리는 꽤 많은 고사리를 뜯을 수 있었다. 그 뒤로 우리들의 전라도 여행은 고사리 여행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날짜잡기는 나의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해마다 찾아 와 줄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어느 주부가 한두 명도 아니고 여섯 명을 자기 집에 초대해 재워주는 치다꺼리를 좋아하겠는가. 또한 초대받았다고 덜컥 와서 자고 가는 그런 사이도 결코 많지는 않으리라.  

비록 내 집이 좁고 깨끗하지 않지만 그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와서  기쁘게 1박을 하고  간다는 것이 나는 고맙고 자랑스럽다. 이만하면 인생 잘 살고 있다고 나는 나에게 박수를  친다.

우리 삶에서 고통이나 어려움이 없이는 어떤 기쁨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단지 귀찮아서 남들이 하기 싫어 하는 일을, 언제 부턴가 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그 일이 아주 하찮은 일일지라도.

나는 내 친구 내외들을 부를 때 완벽하게 잘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내 몸과 마음이 기쁘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준비한다. 너무 잘 하려다 지치면 다음부터는 그들을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도 부담스러워 계속 올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매년 그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다. 처음에 과속하면 완주 할 수 없다는 것을 마라톤을 하면서 배웠다.

지금, 내 나이에는 없는 것을 불만 하는 것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며 감사할 때라고 생각한다.

건강하게 좋은 말을 나눌 수 있음은 모두 웃을 수 있음은 감사할 일이다. 이 봄날 따뜻한 햇살을 보면서 고사리를 꺽을 수 있음은 내 고향을  보여드릴 수 있음은 감사할 일이다.

눈높이를 낮추고 남이 다 가진 것을, 나도 가질 수 있음은 변함없는 관심, 우정 어린 사랑을 나눌 수 있음은 감사할 일이다.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들리지 않는다. 이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내 힘으로 되지 않을  일에 더 이상 마음 졸이고 싶지 않다. 나의 4월을 만들어 준 그들을 위해 나는 고사리가 아닌 차선책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