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해가 이십여일(음력) 남았다. 성미급한 사람들은 벌써 토끼의 해라고 한 마디씩 인사를 건낸다. 토끼에 대한 이야기로 새해의 문을 열어 볼까 한다.

狡兎三窟 「슬기로운 토끼는 세 개의 굴을 준비한다.」

전국시대 말(末) 제 나라에 맹상군(孟嘗君)이란 정승이 있었다. 맹상군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좋아해서, 항상 식객들이 들끓었는데, 그 식객들의 도움으로 정치와 외교에서 수완을 발휘했다.

식객들 중에는 풍훤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날 맹상군이 풍훤을 불러 심부름을 보냈다.

나의 영지(領地)인 설(薛)에 가서 사람들에게 빌려 주었던 돈을 받아오라 했고, 풍훤은 맹상군이 주는 문서를 받아들고 맹상군의 영지인 설에 도착한 뒤, 맹상군에게 빚진 자들을 불러모아 놓고 말했다.

“모두들 빚 문서를 내놓으시오” 가져온 빚 문서와 대조해 보니 모두 맞았다.

그런데 풍훤은 그 문서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불태워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맹상군께서 여러분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여러분의 빚을 탕감해 주고 오라는 분부를 내리셨습니다.” 영지 설의 빚쟁이 들은 너무 기뻐했다.

빈손으로 돌아온 풍훤은 “정승께서 부귀를 누리고 계시지만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남에게 은혜를 베푸는 자비입니다. 그래서 저는 빚을 모두 탕감해 주고 자비로움을 가지고 돌아 왔습니다.”

그 일년 후 맹상군은 제나라 민왕의 노여움을 사고 재상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어, 영지 설로 돌아 갔는데, 백성들은 재상의 자리에서 쫓겨난 맹상군을 위로하며 “자비로운 맹상군께서 정승이 되지 않는다면 누가 정승을 하겠습니까. 마음 편히 임금께서 다시 부를 날을 기다리십시오.”

이것이 풍훤이 맹상군을 위한 첫 번째 글이다.
《두 번째 세 번째는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