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원광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

라스베가스는 사람이 만든 인위적인 도시였다. 거기에 뉴욕도 있고, 이집트도, 로마 그리고 에펠탑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시선이 가는 곳은 휘황찬란한 새벽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눈이 훤히 밝혀진 게임장이었다. 호텔마다 테마를 가지고 장식이 이루어 지고 거리가 채워져 갔지만 역시 내놓는 상품은 명품브랜드였으니 깊게 취할수록 짙은 실망감으로 내게 되돌아 왔다.
로마를 상징하려는 호텔에 로마시대의 브랜드가 선보일 수는 없는 것인가. 그렇다 그렇게 애써서 만든들 누가 비싼 돈에 그것을 거래할 수 있을까. 이게 바로 시장경제라는 말이구나. 거래가 되지 않으니 시장은 서지 않는 것이리라. 그런데 이시대의 명품은 그렇게 비싸도 거래가 되기 때문에 여기에 진열해 놓은 것이 아닌가. 비싸도 명품으로 대리가치를 느끼는 수요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후기자본주의, 즉 신자유주의 경제를 지탱해 가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이런 유형의 시장이 인간에게 언제까지 개방될 수 있을 것인가. 공급이 수요를 앞선지는 이미 오래다. 소수의 수요자들이 남은 재고값을 대신 지불해 가면서 수요를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더란 말인가!!!!
그랜드 케년에 대한 궁금증이 크면서도 으례 그랬듯이 실망을 대비한 호흡조절을 난 얼마전 부터 하고 있었다. 그림 이상의 그 무슨 가치가 거기에 베어있을리 만무했다. 그런데 난 소수라치게 놀라야 했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 웬 이런 조화를 여기에 보이고 계시는 것인지. 그이를 (그녀를) 문득 보듬는 순간 난 그냥 거기에 서있고 말았다. 이 광활하고 웅장한 어느 명사의 연설, 아니 웅변, 코앙쾅쾅 내려지르는 내 가슴의 콩닥거림을 남이 볼까 몰래 약음을 토해 내야 했다. 하루 종일 그이 곁을 맴도는데 그렇수 밖에 그녀는 태양과 구름의 경도에 따라서 시시각각으로 형형색색의 요염한 모습으로 단장하고 소주한잔에 고추 그리고 묵은 된장을 내놓는 것이 아닌가. 더우기 이 캐년이 조그만 시냇물의 흐름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세월이 흘러 흘러서 이런 장중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 났을까 생각하니 내가 지구에 머물렀던 순간이 한참 부끄러워 졌다.
시냇물이 흐르다 얼고 봄에 녹아서 얼음이 팽창되면서 옆계곡을 무너뜨리고 또 그렇게 세월이 계속 진행되면서 강물줄기는 큰 솟구침으로 흘러가게 되며 이를 두고 인간들이 콜로라도 리버라 했다 하니 과연 언제 이 언어는 생겼으며 어느때 부터 사람들이 콜로라도라는 명칭을 붙이게 됐는지. 이것이 바로 신비였다.
진정한 단어의 탄생을 난 또 이렇게 체험하고 있다. 이 계곡에는 수십억의 죽음과 삶이 같이 흐르고 있었고 여기에 시간이 익사했다고나 할까, 이제 죽음도 삶도 정지된 하나의 정체로 보였다. 아 삶이 죽음이며 그래 죽음이 이제는 삶이며 다시죽음이 되는 이런 세계가 바로 여기에 있구나를 떠올리는 순간, 저 발밑 한참 나락으로 무슨 새 한쌍이 애교를 부리고 있구나! 여기서도 사랑은 살아 있었다. 그래도 사랑은 인간 모두의 삶의 의미요, 가치요, 가정교사라는 평범한 깨달음이 나를 스치운다. 계곡이 높은 것은 4천피트에 이른다하니 지금 난 계곡을 넋없이 내려보고 있다. 저 밑에 아스라이 푸른나무와 히뿌연 집이 몇채 보인다. 다음에 오면 신선처럼 저기에 눕고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없어도 좋으리 바로 네가 모두 사랑일테니, 그곳을 사람이 사는 오아시스라고 했다. 호기심이 인다. 저기 저곳에는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을까. 가는 지도를 내가 어떻게 손에 쥐었든들 갈수가 있을까 아마 가보지 못하고 이 땅의 산이슬로 화할 것이다. 하찮은 바쁜 일들로 땜질해 온 내 삶이 궤도수정을 허용해 주지 않겠지! 그러고 보면 여행가들이나 산악인들을 난 폄하해 왔는데 다시 봐야 할 사람이구나 하는 반성이 날 휘감아 왔다.
로스앤젤레스로 난 만 24시간을 운전을 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나성이 정말 나를 기다려 줄 것인지 약간 장난스럽게도 그가 외출 나가고 없을 것 같았다.나를 침입자로 간주하고 총으로 난사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가는 길에 이게 무슨 길이냐 한폭의 하늘이었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길 그리고 사막!!! 날려 불기둥처럼 모래기둥을 만들고 있는 대지를 난 정복자처럼 의기양양하게 달리고 있었다. 조수는 벌써부터 비몽사몽이다. 내가 어떻게 왔는데 이 비경을 놓친다 말이냐. 한번 발견한 길꼬리를 더듬고 더듬어 다 도착하기까지만도 1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고 하면 믿으리 그렇게 시속 140킬로 정도로 그시간을 달렸다면 광주에서 서울도 갔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겹겹이 포개진 일직선의 도로를 나는 내 달리고 있는 것인데 아! 이 감동을 이 미국이라는 대지 말고 어디서 느낄 수 있을 것인지. 저녁에 도착한 나성은 도시가 무척 거칠고 교통이 말 그대로 지옥수준이었다. 나비로 움직이는 난 몇번을 코스를 놓치고 수번을 충돌직전의 아찔함을 가까스로 탈출하면서 여관에 도착하게 되었다. 마음이 설레니 잠이 잘 올 것 같지 않았다. 말로만듣던 로데오거리, 비버리힐즈, 허리우드, 디지니랜드------, 로데오거리는 자본주의의 극치였다고나 할까. 온갖 최고급명품들이 즐비하게 휘감고 돌아 가고 있었다. 그리고 왠 제품들이 이리 이쁘고 또 비쌀꼬 거기다 이렇게 깨끗한 거리는 누가 다닌단 말인가. 선녀가 물통 길어 무릎 꿇고 닦아 낸 것 같은 반짝거리는 거리! 솔직이 난 사람들이 이 곳으로 천국을 끌어 오기로 작정이나 한 것은 아닌지 고개를 갸우뚱거릴 정도였다. 여기가 비버리힐즈라네--- 여기로 와라 디자인이 알고 싶으면 얼른 여기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