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갑이란 추위를 막기 위하여 바지 위에 껴입으며 안쪽에 끈을 달아 허리띠에 걸쳐 매어서 무릎까지 내려오게 입는 옷을 본디 뜻하나, 슬갑도적이란 어귀는 이와는 전혀 관계없이 남의 시문(時文)의 글귀를 따다가 이것을 약간 고쳐서 쓰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다.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의 슬갑(膝甲)을 훔쳤으나 그것을 무엇에 쓰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머리에 그것을 덮어쓰고 거리에 나갔다가 여러 사람들의 웃음을 샀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남의 문자를 훔쳐 적절하지 못한 곳에 이용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슬갑이란 추위를 막기 위하여 무릎까지 내려오게 하여 입는 옷이다.」
곧 슬갑이란 것은 본래 추위를 피하기 위해 몸에 걸치는 옷인데 이걸 모르고 마치 모자처럼 그것을 머리에 썼으니 남의 웃음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마땅히 써야 할 곳에 쓰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이를 썼으니 말이다.
이와 같이 적당한 용도에 응하여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비유한 이야기가 또 순오지에 있다.
「천원자를 장차 어디에 쓰랴」(天圓子將焉用哉) 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천원자(天圓子)란 약 이름으로 담(膽)을 치료하는 약이다. 옛날 어떤 사람이 이것을 얻었으나 쓰는 곳을 알지 못해서 그래도 벽에 걸어두기만 했다. 그 집에 놀러 왔던 사람이 이것을 보고 주인을 책망하기를,
「자네는 담을 않으면서도 저 천원자를 그대로 매달아 두고 쓰지 않는 것은 웬일인가?」
했더니 주인은 의아한 눈초리로,
「이 약은 어떨 적에 쓰는 것인가?」
하고 반문하더라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이것은 마땅히 쓸 곳에 쓰지 않는 것을 비유해 말한 것이다.
이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쓰지 않고 쌓아 두기만 하면 소용없는 것이다.
어떤 물건이 마땅히 쓰여야 할 때 반드시 쓰여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