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 / 이강래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사이]가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 숨을 쉴 수 있다.
목재와 목재 사이에도 간격이 필요하다.
그 공간을 적절히 만들고 유지시키면서 의자와 책상을 만들고 더 크게는 통나무집을 짓는다.
때로는 강을 건너는 다리가 되기도 하고 작으면서도 아름다운 목공예 작품이 될 때도 있다.
물론 나무에는 나이테가 있다.
계절의 차이를 두고 성장하면서 속으로, 속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리듬을 갖는 것이다.
또 흙과 흙 사이에도 틈이 필요하다. 그 사이로 공기와 물이 스며들고 나무의 뿌리가 뿌리를 내린다. 흙의 생명 됨도 그 틈새에서 연유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사이]가 필요하다. 그래서 人間이라는 단어 속에는 間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것 같다.
부부 사이에도 [사이]가 있어야 한다. 사이가 좋고 나쁨에 앞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간격(間隔)이다.
또한 일과 일 사이에도 틈이 필요하다. 그것이 쉼이다. 문장에 있어서도 쉼표가 있어, 많은 말을 더 하지 않고도 많은 뜻을 전달할 수 있다. 또한 문장에 있어서 그 행간을 읽는 재미가 얼마나 크던가?
어느 여름날 지루한 장마철에는 서로 떨어져 앉아야 한다.
그리고 잊어버려라. 가끔 세상만사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는 것도 필요하다. 어떤 사소한 것까지도 다 기억하고 있는 일처럼 숨 막히는 일이 어디 또 있는가?
피리의 구멍과 구멍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듯이, 바이올린의 줄들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각각의 소리를 내듯이 우리에게는 그 [거리]가 필요하다.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대상과 대상 사이의 거리가 주는 구성미와 그 여백의 美라고 할 수 있다.
시간(時間)과 시간에도 間이 있다.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선이 점으로 이어진 것처럼 시간은 어제와 오늘, 내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들이 모여 하나의 공간이 된다.
그것은 축복이다. 시간과 공간의 간격 속에서 역사가 正, 反, 合을 되풀이 하면서 이어진다.
그리고 디지털의 시대를 열기도 한다.

아날로그적 경험치로
살아가기 여전히 유효

친할수록 조심스러워야 하고 부부 사이에도 예절이 필요하다. 사랑을 하되 그 사랑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물이 그 그물코 사이로 물을 흘려보내어 물고기를 낚는다.
그럼으로 자유 하라. 그러나 자유 하되 아주 멀리 방황하지는 말라.
적당히 떨어짐으로서 서로의 대상을 제대로 파악한다.
너와 나 사이에 간격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너와 나 사이에 더 큰 소통을 가능케 해주는 일이다.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과 같은 유행가가 아니다.
헤어짐을 통해 만남을 기약하는 것이다. 벽 사이로 창을 내듯, 징검돌 사이로 물을 흘려보내듯, 우리 삶 속에 숨통을 틔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때때로 하던 일을 멈추고 가끔 한번쯤 허리를 펴고 하늘을 올려보아야 하는 것이다.
 세상 모든 사물에는 안과 밖이 있다. 그리고 그 중간에 間이 있다.
세상 만물은 오리의 짧은 다리와 학의 긴 다리처럼 서로 상반되는 모습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중간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유지시켜주는 비밀이다.
삼라만상의 균형 속에서 모든 생명체는 조화롭게 소통하고 협력한다.
과연 중용(中庸)이란 무엇인가? 나무의 줄기와 뿌리는 서로 어디서부터인가? 오늘날 디지털적 직관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아날로그적 [경험치]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한편, <보수적인 세계에서 진보의 가치가 살아나고 진보적인 세상에서 보수의 빛이 드러난다. 수구의 본질은 두려움이다.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보수는 건강하고 전통에 대하여 경의를 표할 줄 아는 진보는 매력적이다.>
그러할 진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