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시(惠施)가 말했다.
“지극히 큰 것은 밖이 없으니, 이를 대일(大一)이라 한다. 지극히 작은 것은 안이 없으니, 이를 소일 (小一)이라 한다. 광대한 대일의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하늘과 땅도 낮은 것이고, 산과 연못도 평평한 것이다. 또 해가 하늘 한복판에 있을 때는 동시에 곧 기울 때고, 사물이 살아있을 때는 동시에 곧 죽을 때다. 전체적으론 같으나 부분적으로 같고 다름이 있는 것을 소(小同異)라 하고, 만물이 궁극적으로 같거나 궁극적으로 다른 것을 대동이(大同異)라 한다.”

하늘은 높고 땅은 낮다. 또 산은 우뚝하고 연못은 음푹하다. 이처럼 이들은 서로 차이(異)가 있다. 하지만 광대한 우주에서 보면 이들은 모두 낮고 평평해서 똑같이(同)보이는데, 이를 대동소이(본문의 소동이에 해당)라고 말한다.

 

“통발은 고기를 잡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고기를 잡으면 통발은 잊어버린다. 덫은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토끼를 잡으면 덫은 잊어버린다. 말은 뜻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뜻을 이해하면 말은 잊어버린다. 내 어찌하면 ‘말을 잊은 사람’과 만나서 그와 함께 말할 수 있겠는가?”
통발이나 덫이나 말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말을 버리고 뜻을 이해한 사람은 더 이상 말에 구애받지 않는다. 말에 구애받지 않으면, 선악이나 시비 등의 모든 상대성을 벗어난다. 그는 절대의 경지에 이르러 우주와 한몸이 된다. 이것이 장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