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지처(糟糠之妻)

공생을 함께 한 아내(본처)를 말함.

후한 광무제가 과부가 된 누나 호양공주(湖陽公主)에게 어떤 사람이면 시집을 가겠느냐고 묻자 누나가 대답했다. “대사공(大司空)으로 있는 송홍 같은 사람이면 남편으로 섬기고 싶지만 그 밖의 인물은 맘이 없소. ”송홍은 이미 결혼한 몸이었으나, 광무제는 “누님의 의사를 잘 알겠습니다. 그럼 어디 한번 힘써 보지요” 하고 약속했다. 공주를 병풍 뒤에 숨겨두고 송홍이 공무로 편전에 들어오자 광무제는 별 뜻 없는 듯 말했다. “속담에 ‘지위가 높아지면 친구를 바꾸고 집이 부해지면 아내를 바꾼다’는 말이 있는데, 그럴 수 있는 일일까요?” 송홍은 대답했다. “신은 ‘가난하고 천했을 때의 친구는 잊어서는 안되고, 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고생한 아내는 집에서 내보내지 않는다.(貧賤之友 不可忘 糟糠之妻 不下堂)’고 들었습니다.”광무제는 송홍이 물러가자 조용히 누님이 있는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일이 틀린 것 같습니다.”
- 『후한서』의 「송흥전(宋弘傳)」

파경(破鏡)

금술이 좋지 않아 이혼하는 것을 비유함.

남북조시대 남조(南朝)의 마지막 왕조인 진(陳)이 망할 때 태자사인(太子舍人:시종)인 서덕언(徐德言)은 아내에게 말했다. “사태는 예측할 수 없소. 나라가 망하면 그대는 얼굴과 재주가 남달리 빼어나 반드시 적의 수중으로 들어가 고관의 수중에 들게 될 것이오. 만약을 위하여 이 거울을 쪼개어 소중히 간직하다가 내년 정월 보름날 서울 시장에서 만납시다. 만일 살아 있다면 그날 반드시 시장으로 가겠소.” 두 사람은 깨어진 거울 반쪽씩을 품속 깊이 간직했다. 진이 멸망하자 서덕인의 아내는 수문제의 건국 공신인 월국공 양소(楊素)의 집으로 들어갔다. 한편 서덕인은 겨우 몸만 살아남아 거지꼴이 되어 시장에 도착해서 반쪽 거울을 들고 있었다. 마침 이 광경을 양소가 보고 다가가서 그 거울을 샀다. 서덕인은 그에게 거울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양소에게서 거울을 받아든 서덕인의 아내는 그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울기만 했다. 두 사람의 사랑에 감동한 양소는 그들을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노자도 후히 주었다.
-태평광기(太平廣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