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불씨 모아 화롯불 피우신 뒷
삼발이 세운 위에 뚝배기 된장국이
넘칠까 마음조이는 안타가운 기다림

두꺼운 솜이불로 밥그릇 감싸놓고
문지방 넘나드는 스치는 옷자락이
당신의 사랑 법으로 먹고 살던 자식들

색색으로 마음 새겨 정성 숨긴 밥상 위에
품은 자식 배고플까 오물조물 무쳐놓고
대문 밖 발자국소리 곤두세운 세월이여.

 

방향은 마음 열고 발걸음은 뒤로하고
자유를 잃어가는 팔십의 숱한 고통
끝점이 저기 어딘가 휘어진 그늘이여

혈연을 매듭지어 잿빛으로 담아두고
흔적일랑 버리라고 이렇게 이르더니
홀연히 떠나버리신 덧없음이 미덕인가

쌓여진 인정마다 즐비한 울안인데
날마다 끌어안고 얼마큼을 몸부림치나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파고드는 자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