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에 미끄러지듯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다. 인간은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만년설의 히말라야에 살았다는 전설 속의 새 야명조가 오늘 나의 모습은 아닐까? 야명조는 눈 덮힌 히말라야 산속에서 살면서 밤에만 소리내어 운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라 한다. 그런데 이 새의 울음소리는 현지 원주민들의 귀에는 ‘내일은 꼭 집을 지을 거야’라고 들린다고 한다. 그 까닭은 이렇다. 한낮의 따뜻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취해서 야명조는 어제 저녁의 추위를 까맣게 잊고 노는 일에 정신을 쏟아 버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또 밤이 되어 있다. 집이 없는 야명조는 추위에 떨면서 낮에 집을 짓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내일은 꼭 집을 지을 거야’ 라고 소리내어 운다는 것이다. 결국 큰 추위가 닥치면서 야명조는 모두 얼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현지 원주민들에게 전해져 온다고 한다.

사람들은 곤경에 처하면 이 상황만 극복하면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일이 해결되고 나면 어려웠던 상황을 잊어버리고 그런 일을 반복한다. 하지만 시간은 쉼없이 흘러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은 매사에 멈추는 법도 더디게 흘러가는 법도 없다. 귀하고 귀한 시간을 야명조처럼 흘려보내고 또 다시 후회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