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 좋은 물건이라곤 단지 <맹자> 7책뿐인데, 오랜 굶주림을 견딜 수 없어 200전에 팔아 밥을 잔뜩 해먹고 희희낙락하며 영재에게 달려가 크게 자랑하였소. 그런데 영재의 굶주림 또한 오래된 터라 내 말을 듣고는 즉시 <좌씨전>을 팔아 그 돈으로 술을 받아 나를 마시게 하지 뭐요. 이것은 맹자가 친히 밥을 지어 나를 먹이고, 좌 씨가 손수 술을 따라 나에게 권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소. 그리하여 맹 씨와 좌 씨를 한없이 찬송하였으니 우리가 1년 내내 이 두 책을 읽기만 하였던들 어떻게 조금이나마 굶주림을 구제할 수 있었겠소. 책을 읽어 부귀를 구하는 것이 요행을 바라는 술책일 뿐이니, 당장에 팔아치워 한 번 거나히 취하고 배불리 먹기를 도모하는 것이 보다 솔직하고 가식이 없는 것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으니 서글픈 일이오. 족하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여이낙서서-

낙서 이서구에게 보낸 위의 편지에서 그는 <맹자>를 팔아 밥을 지어먹고, <좌씨전>을 팔아 술을 받아 마셨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이 일에 대해 “맹자가 친히 나에게 밥을 지어 먹이고, 좌 씨가 손수 술을 따라 나에게 권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소”라며 자신의 가난한 삶을 호기 있게 표현합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에서 글을 읽어 부귀를 구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술책일 뿐, 차라리 책을 팔아 한때 배불리 먹고 취하는 것이 보다 솔직하고 가식이 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서글퍼합니다.

서얼이라는 신분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읽고 또 읽는 일이었습니다. 신분은 비록 미천했지만 공부에 있어서만은 누구보다도 철저했습니다.

왜 지금 나에게는 영재 같은 친구가 없는가 서글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