借鷄騎還(차계기환)           
닭을 빌려 타고 가다(太平閑話滑稽傳)             서거정(徐居正)

金先生(김선생) 善談笑(선담소) 嘗訪友人家(상방우인가) 主人(주인) 設酌(설작) 只佐蔬菜(지좌소채) 先謝曰(선사왈) “家貧市遠(가빈시원) 絶無兼味(절무겸미) 惟淡泊(유담박) 是愧耳”(시괴이) 適有群鷄(적유군계) 難啄庭除(난탁정제) 金曰(김왈) “大丈夫(대장부) 不惜千金(부석천김) 當斬吾馬(당참오마) 佐酒”(좌주) 主人曰(주인왈) “斬一馬(참일마) 騎何物而還” (기하물이환) 金曰(김왈) “借鷄騎還”(차계기환) 主人(주인) 大笑(대소) 殺鷄餉之(살계향지).

「김선생은 우스갯 소리를 잘 하였다. 일찍이 친구의 집을 방문하였는데, 주인이 술상을 차려와서는, 단지 채소만 차려놓고 먼저 사과하여 말하였다. 집이 가난하고 시장은 멀어 맛있는 안주가 없고 오직 담백한 것 뿐이니 이것이 부끄러울 뿐이네 하였다. 이때 마침 여러마리 닭들이 마당에서 어지럽게 모이를 쪼고 있거늘 김선생이 말하였다. 대장부는 천금을 아끼지 않으니, 마땅히 내 말을 잡아 술 안주로 삼으리라 하였다.

주인이 말하기를 말을 잡으면 무엇을 타고 돌아가려는가 하였다. 김선생이 말하기를 “닭을 빌려타고 돌아가지” 하였다. 주인이 크게 웃으며 닭을 잡아서 그를 대접 하였다.」

서거정(1420~1488)이 지은 태평한화 골게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요즘처럼 각박하고 황금만능주의 세상에 이와 같은 해학이 있다면 세상살이가 한결 부드러워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