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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공인배 핵 전쟁으로 초토화 된 지구에서 소수의 인류가 살아간다. 전쟁 이후 태어난 신인류 '워 보이'와 전쟁세대의 난민, 혹은 방사능 피폭으로 변이된 그들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물과 기름을 장악한 '임모탄'의 지배 아래 있다. 임모탄의 성 '시타델'은 사막 한 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바위산으로 사면이 깎아지른 벼랑이다. 권력은 안전과 독점을 추구하는 대신 스스로 고립된다는 역설이 선연한 곳이다. 임모탄은 간혹 기분이 내킬 때 시타델 아래 사막의 인류에게 물을 뿌려 공급하지만, 선두에 있는 사람들 조차 아주 적은 물을 얻을 뿐이다. 관객은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 갈증에 목이 탈 수 밖에 없다. 물을 폭포수 처럼 짧게 쏟아내고 끊어버리는 순간이 사막보다 더 삭막하게 느껴지는 건 물을 소유한 쪽이 필요한 쪽의 사정을 전혀 고려치 않는 무자비성 때문이니, 희망이 동시에 좌절을 안겨주는 이 장면은 응축된 욕망의 실체이며, 영화 매드맥스가 보여줄 모든 디스토피아의 지옥도를 함축한다. 그것은 반란을 자초한 임모탄의 독재를 함의하며, 분노의 도로 위를 질주하며 폭렬하는 광기를 양산한다. 임모탄의 아기를 잉태한 건강한 여성들을 싣고 녹색의 생명체가 남아있는 어머니의 땅으로 향하는 반란자 퓨리오사와 오직 생존을 목표로 삼은 맥스, 지배자의 이데올로기에 종속된 워보이들간의 사투는 그래서 피할 수 없다. 이 영화의 120분의 런닝타임 대부분은 다양한 광기로 뒤범벅됐다. 드러내는 것이나, 태도, 또는 목표가 다를 뿐, 광란의 추격전은 굳이 광기를 구분지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준다. 관객을 압도한 광기는 단연, 반드시 죽어서 공을 세우겠다는 워 보이들의 무모하면서도 장엄하기까지한 분투일 것이다. 전사로 길러지고 세뇌당한 결과물이지만, 희망이 없는 현실 너머의 천국을 지향하는 그들의 갈망이 관객들을 위태로운 스크린 안으로 낚아채는 감독의 손이 아니었을까. 그렇다. 매드맥스는 소모품이 된 인류에 대한 성찰이 빚어낸 영화다. 단순한 자동차 추격씬 속에서 생사를 곡예하듯 넘나들며 지배자를 위해 가미카제식 자폭도 불사하는 이들의 얘기다. 그런 감독의 문제의식은, CG처리 없이 담겨진 생 액션들과 함께 펄떡인다. 어떤 대사나 나레이션보다도 강렬하게 인류에게 지워진 숙명과 방향성을 드러낸다. 인류는 임모탄을 중심으로 한 남성성이 파멸을 초래했지만, 인류 생존의 열쇠를 쥔 임모탄의 여인들이나 지구 멸망의 끝자락에서 세상을 장악한 임모탄 제국의 총사령관 퓨리오사 등의 여성성이 인류를 구원할 대안이라는 감독의 주장이 영화 전반을 지배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것은 영화가 부둥켜 안은 몸부림치는 메타포다. 인간들끼리의 도륙 장면들을 기계적으로 비추는 카메라나 그런 죽음의 도로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스스로 앵글을 관통하여 생생하게 포착하고야 마는 실존의 문제다. 전쟁이란 절멸의 선택이며, 지속가능성은 집착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때 가능하다는 명제를 이 영화는 지극히 단순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감독은 오직 충실한 전쟁씬 만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힘으로 경탄을 자아내는 것이다. 상투적일 수 있지만, 구원자의 자격은 관객이 바라는대로 본성을 잃지 않는 이에게 주어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맥스에게 미친(매드)이라는 수식이 붙은 것은, 그가 양심의 저변에서 들리는 죽은자들의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는 미친자이기 때문이다. 아내와 딸을 비롯한 자신이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에게 집요하게 달라붙는다. 사실, 그 환청과 환영은 그의 본성이다. 과거 경찰이었고 전쟁을 거치면서 생존에 최적화 된 그의 몸과 정신은 그 때문에 임모탄의 무리에 사로잡혀 죽어가는 워 보이인 '눅스'의 피주머니 노예가 된다. 본성에 의한 선택은 그렇게 그를 한사코 위험에 빠뜨린다. 퓨리오사 무리와 합류하고 새 세상의 길을 가리키며 퓨리오사를 도와 시타델을 점령하는 일련의 상황에 예의 환청과 환영이 여지없이 개입하는 것이다. 구원자로서 맥스의 메세지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생존을 위해서 달아나 봐야 죽음의 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새 세상을 열기 위해서는 현실과 정면으로 맞서 환경을 바꿔라" 그런 본성은 퓨리오사와 그녀가 탈출을 돕는 임모탄의 여인들에게도 예외없이 내재한다. 오히려 그녀들은 혁명가들이다. 군단의 총사령관 퓨리오사는 임모탄 제국의 2인자로서 굳이 표적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되어야 할 입장이 아니었다. 임모탄의 씨받이로서 몸속에 우성 유전자를 배태한 여인들 역시 미래의 가능성으로, 종족번식을 갈망하는 임모탄에게 보호받는 존재들이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이 풍부한 그곳이 바로 우리들이 구원받을 그곳 하지만 그녀들은 임모탄의 도구적 소유물로서 동물적인 삶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반면, 워 보이들에게 임모탄은 그들을 천국으로 영도할 신이다. 자동차 핸들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고, 입가에 회색 라카를 칠하고 '빌할라'를 외치며 임모탄을 위해 죽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광신한다. 그러나 몰아적(沒我的)으로 살도록 프로그램 된 워 보이도 임무에 실패한 자신이 임모탄에게 구원받지 못할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다른 누군가에게 기억되기를 소망하는 한 인간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영화는 황폐한 땅 위의 인류가 지닌 '인간성'을 '폭력성'보다 강하게 찬미하는 역설을 지닌다. 희망을 찾아 사투를 벌이며 탈출을 감행하던 맥스와 퓨리오사 무리가 그들이 버리고 떠났던 더럽고 썩은 시타델이 희망의 땅이라는 것을 깨닫고 회귀할 수 있었던 것도 인간성의 발로이지 않을까. 그것은 또 여성성이며 도망치지 않고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는 본성이니까. 이 영화의 주제는 감독이 말미에 암전된 화면에 새긴 질문이 가리킨다. "희망 없는 삶을 헤매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해 최후로 가야할 곳은 어디인가" 런닝타임 내내 그곳을 보여주더니 마지막에 그곳이 어디냐니, 감독은 무엇때문에 조바심치는 것일까. 감독의 어법을 빌리면 영화속 세상은 우리가 언제든지 직면할 수 있는 가능성 높은 세상이고, '세상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는 명제에 기대면 영화속 세상과 우리가 사는 현실이 정도가 다를 뿐, 같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희망을 찾아 도달해야 할 곳, 혹은 우리가 구원받을 그곳은 여전히 타인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이 풍부한 곳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