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메가톤급 이슈들이 넘쳐났던 격랑의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가까운 외부에서는 일본 대지진이 있었고, 김정일이 사망했다.

내부적으로는 전례 없이 빠르게 증가한 가계부채 900조원에 짓눌린 한 해 였다.

1%가 부(富)를 독점한 경제적 불균형에 따른 위기의식이 팽배했고, 그런 시장을 확장해 온 신자유주의 폐해가 집중 조명됐다.

우리사회는 도가니 신드롬을 위시한 온갖 비리와 시비들에 매몰되기도 했다.

80년대 이전으로 회귀한 노동환경 문제와 반값 등록금, 전면 무상급식 같은 보편적 복지 공방은 외줄 위에서 위태로웠다.

금융지배와 소수 재벌에 대한 저항과 그 공감은 도도한 물결에 실려 해를 넘어가고 있다.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배수의 진을 쳤던 서울시장은 시대정신에 의해 축출됐으며, 그의 독단은 서치라이트가 되어 보수와 여당을 비추었다.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은 승리했고, 한계에 직면한 정당정치는 파열음을 냈다.

박원순은 대학 반값 등록금 쟁점을 현실화 단계로 이동시켰고, 사람을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전범(典範)이 되어 보였다.

안철수 출현에 겹친 FTA 날치기 비준 이후 정당정치는 산사태를 만났다.

내년 4월 총선에 즈음해서는 그 재앙의 끝에서 살아남는 정치와 종언을 고할 정치가 판가름날 것이다.

어쨌든 문제에 대한 해법은 있었으나 실천은 미약했던 과거사를 비추어보면 일대변혁이 아닐 수 없다.  

크고 작은 의제들이 나름 효율적으로 피드백되어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순치(馴致)됐던 덕이다.

이것은 활발한 담론들 덕이었다. 기성 매스 미디어가 아닌 1인 미디어에 의한 담론들이 거센 격랑에 거침 없이 뛰어들었던 2011년이다.

그 중심에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에 이르는 F세대(Forgotten generation)가 있었다.

근대화와 민주화 세대에 막히고, IMF와 장기 저성장에 짓눌려 잊혀져가던 그들이 우리사회의 한 복판으로 뛰어나온 것이다.

그들은 지난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때 무소속 후보에게 80%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며 존재를 드러냈다.

그들은 새로운 소통과 연대감 조성 도구인 소셜미디어를 장악한 전체 유권자의 51%이며 750만 집단지성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정치·경제·사회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를 떨쳐내고 세상의 '신주류'로 등장했다.

목소리를 모아 거리로 내보내고 직접 행진에 참여하며 파괴력을 구축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살펴보니, 중년에 진입하는 지점에서 이미 가장 숙련된 고급 노동력을 자랑한다.

사회 여론 형성층이며, 직장과 사회의 허리층이다. 

그들에게는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빈부 양극화 혹은 보혁갈등 같은 구조에 대한 분노가 내재한다.

고용 없는 성장의 장벽에 가로막힌 20~30대 후배의 희구와 자유시장주의를 강조하는 기성세대의 논리를 모두 고려할 줄 아는 포용력을 지녔다.   

적대·냉전주의 붕괴를 목도한 그들은 기성세대들이 조장하는 긴장의 허위를 간파하는 눈을 가졌다.

정치, 사회, 경제, 외교 전반에 걸친 음모와 조작 역시 그들의 눈을 피할 수 없다.
정보화, 개방화, 세계화를 두루 겪은 그들은 다원주의적 관찰자이기 때문이다.

F세대는 편협하지 않으며, 상식에 준거해 행동하는 유연한 집단이다.

2012년 총선과 2013년 대선의 향배를 결정지을 축이다.

이들이 건설할 새로운 체제는 평화와 공정, 상생의 실질적 민주주의다.

그러나 정작 변화를 요구받는 기성 정치권은 이기주의를 버리지 않고, 형식적인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기성세대는 아무런 반성도 없이 낡은 사고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관성에 사로잡혀있다.

소셜미디어를 장악한 F세대

정부와 기성세대는 F세대의 담론을 괴담으로 평가절하 하고, 검증 안 된 선동자로 낙인찍는 시대착오를 드러낸다.

지극히 사적인 1인 미디어 공간은 사적으로 얽힌 전체와 연결되어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기성세대의 공격대상이 된다.

판사와 같은 공인은 페이스북에 당면 이슈에 대해 의견표명을 했다는 이유로 신변에 위협을 받는다.

지난 4년 동안 권위주의와 통제로 회귀한 현 정부는 정책을 비판하는 인터넷 라디오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를 괴담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이 방송이 열풍을 일으키자 방통위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검열하고 규제하는 전담팀을 만들어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 22일 이 방송의 주요 출연자인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해 징역 1년형을 확정했다.

그는 BBK사건에 이명박 대통령이 연루되어있다는 주장을 했다가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기소됐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정봉주 전 의원과 대동소이한 발언을 했으나 조사 조차 받지 않았다.

'나는 꼼수다'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F세대는 80년~90년대의 민주화운동과 10년의 진보개혁정권을 통해 민주주의와 탈권위화를 학습한 세대다.

갑자기 체제의 암흑기로 퇴행한 지점에서 '나는 꼼수다'는 그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대안적인 난장이며 해방구로서의 광장이다.  

F세대는 생물이다. 지역할거주의와 야합, 폐쇄적 보수들이 구성하는 기존 정치세력을 대안정치세력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론검열은 스스로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고 자인하는 행태다. 민주주의가 이보다 더 퇴행할 수 없는 탓이다.

경제적 불균형을 극복할 수 없다면 사회공동체의 공생을 도모할 수도 없다.

그것은 F세대에 반하는 것이다. 그런 지점에서 무엇을 시작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