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심야 시간에 온라인상의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하는 '셧다운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한 달이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실효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청소년들이 실명으로 온라인에 접속하는 경우가 극소수에 불과하고,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이 법은 현실적으로도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 탓이다.

무엇보다 그 의도가 근시안적인 데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이용시간이 과도하게 증가했다는 보고는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이로인해 인터넷 중독이나 사이버폭력 같은 사회문제가 심화되고 있지만, 학교차원의 자율적 감독만으로는 여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입법취지는 설득력이 있었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은 과도한 인터넷게임 몰입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신체적 , 정신적, 사회적 기능 손상에 노출된다.

그러나 이는 지엽적인 문제들이다. '단절'에서 기인하는 장애들이다.

유해환경이 게임에 국한되지 않으며, 청소년 문제에만 머무는 것도 아니다.

모든 연령대의 인터넷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급으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트위터나 페이스북 으로 SNS를 체크하고, 출근길 내내 스마트폰 액정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이렇게 빠른 정보습득과 처리에 매료된 나머지 과도한 시간을 인터넷에 사로잡히고, 주변 인간관계에서 멀어지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혼동하는 사회적 기능장애 케이스가 자주 눈에 띈다.

하루라도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IT시대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피상적인 교류와 쾌락에 빠진 채 자기 정체성을 상실해가는 시대이기도 하다.

자기 상실은 기억력상실을 동반한다. 가뜩이나 전화번호나 노래 가사를 외울 필요가 없는 주변 여건이다.

뇌가 하던 일을 온라인에 의지하다보니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단기기억상실증이나 디지털치매 같은 신종 병증이 광범위하게 호소되고 있다.

정보의 과잉이 문제다. 중첩된 정보를 한꺼번에 접하면 집중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PC나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들을 사용해 뉴스를 볼 경우, 우리는 기사 외에도 팝업 광고, 링크 등 넘치는 정보들을 빠르게 보고 넘어가게 된다.

우리의 눈은 항상 많은 것을 보고 있지만 정작 뇌는 무엇을 봤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진화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종 인류인 멀티플레이어족의 대열에 진입, 그 역기능을 극복하더라도 '단절'의 문제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밖을 말하기 전에 우선 온라인상에서부터 소통의 통로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처음 SNS가 보급되고 트위터 열풍이 불때 사람들은 새로운 소통의 도구에 열광하며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본격 서비스 공급이 시작된지 불과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그것을 소통의 도구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이 사라졌다.

점점 사람들을 가리게 되고 차단하거나 거부하고, 결국은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 만이 남게되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의 블로그 역시 의견의 다양성이 고갈되고 있다.

관리자의 폐쇄성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의견을 지우거나 그런 댓글 게시 자체를 차단하는 일이 보편화되어있다. 같은 생각만을 공유하는 것은 무리를 짓는 행위다.

다른 의견을 적대시하는 것은 갈등과 반목의 기제다. 온라인상의 커뮤니티는 이미 분화된 관점들의 할거주의가 만연한 상태다.     

갈등(葛藤)은 오른쪽으로 감아서 올라가는 칡 갈(葛)자와 왼쪽으로 감아서 올라가는 등나무 등(藤)자가 조합된 단어다. 각자 갈 길을 가는 부적응 상태를 이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발생되는 갈등비용이 연간 3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국민 1인당 6백만원 꼴로 소비하는 비용이다. 이는 국민총생산량 1,200조의 약 27%에 이르며, 2011년 정부의 예산이 291조8천억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매년 사회갈등으로 인한 손실금액이 정부의 1년 예산과 맞먹거나 훨씬 높은 실정이다.

역행하는 이기(利器)

정치를 비롯해 이념, 종교, 세대, 지역, 계층, 노사 등 각 분야에서 막대한 발전 동력이 갈등 비용으로 지불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며, 다양할 수록 힘이 생기는 것인데, 사람들 사이를 더 가깝게 해주기 위해 나온 문명의 이기(利器)가 오히려 사람들을 더 멀어지게 하고 있다. 국회가 셧다운제 같은 전시적, 단기적 처방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소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제도 보완에 힘써야 할 이유다.

소통의 본래적 가치를 복원하고 그것이 사회 전반에서 살아 숨쉬게 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단절은 외로움이다. 삶의 질이 문제가 된다. 우리에게 소통은 재해석 되어야 할 질적 발전의 원동력이다. 신뢰기반의 사회적 자본으로서, 소통은 인본주의적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돼야 한다.

소통은 각 주체들의 협의문화 구축과 상생 메커니즘을 구현하는 핵심 도구다. 지식을 재활용할 수 없는, 지식의 저장과 유통기간이 짧은.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할 시대다.

이런 세상을 만든 것은 인터넷의 역할이 크다. 지금 세상은 인터넷이 만든 시대다.
우리의 국회의원들이 일명 신데렐라법(셧다운제) 같은 동화에 머무는 사이 국회는 폐기처분 되어야 할 낡은 유산으로 전락하고 있다. 살아남으려면 공부해야 한다. 빠른 것에 대한 적응시를 갖추어야 본질에 접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