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현명한 리더는 구성원들로부터 조직의 힘을 배운다. 강한 조직은 상명하달(上命下達)과 하의상달(下意上達)이 균형을 이루는 횡적구조를 갖추며, 이는 유연성의 소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창의적인 조직은 더 큰 풍요를 구가하기 위해 스스로 진화하면서 리더를 리드한다. 

리더는 조직이 왜 존재하는가를 끊임없이 자문한다. 조직의 가치를 명료하게 세워야 목표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으며, 그것으로 구성원들을 무장시킬 수 있는 리더가 성공하기 때문이다. 신념이 있는 조직은 에너지를 모아 한 방향으로 노도처럼 나아가되 누수가 없고 포기할 줄 모른다.

적극적인 리더는 협력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협력한다. 구성원들이 필요한 것을 살펴 불만족에서 비롯하는 균열을 만들지 않으며, 고통 분담으로 함께 가는 유일한 길을 열어간다. 구성원의 눈으로 필요한 것을 찾아 지원한다. 자가발전의 원천이고 이런 조직은 지칠줄 모른다.

리더는 앞서간다. 멀리 보는 눈으로 남보다 먼저 미래를 볼 줄 알며 자신이 발견한 길을 안내하고 조직을 이끈다. 리더의 그런 혜안(慧眼)은 과거 수많은 조직들의 족적과 현실을 고찰한데서 비롯하며, 이런 태도는 채우면서 비울 줄 아는 여유와 무관하지 않다. 그가 이끄는 조직이 새로운 흐름이 되는 이유다.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리더에게는 분신(分身)들이 있다. 리더의 생각이 왜곡 없이 전파되는 조직은 일사분란한 면모를 유지하며, 이는 위임된 권한이 적재적소에 작동하는 데서 기인한다. 이런 통제시스템은 지시를 현장에 맞게 수정, 효과를 극대화한다. 구성원들의 개성이 기탄없이 발휘되고 역동성을 띤다.

리더는 조직을 위해 성찰하는 존재다. 급변하는 상황과 환경에 부적응증을 보이는 낡은 관습을 탈피, 매 순간 새로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것을 안다. 혁신 메뉴얼을 갖춘 조직은 진화하며, 미래를 담보한다.

이같은 리더의 태도와 리더십이 절박한 지형은 산업, 문화, 생활 등 전반이 낙후된 자치단체다. 특히 전북은 광역단체나 기초단체 모두 꺾일 줄 모르는 인구감소 추세를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 공공의 발을 장기간 묶어버린 버스노조의 파업과 LH본사 경남 일괄배치 일지를 지켜보면서, 이런 파동이 리더십 부재와 무관치 않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운 것이다. 머리 깎기, 목소리 높이기, 집단행동 같은 정치적 쇼 이상의 전략이 없었지 않은가.

조직은 없고 급조된 정치적 이해관계자들의 한바탕 소동만 있었다. 기실 분쟁의 상대방을 강 건너 불구경 했다. 공략할 해법찾기를 고민한 흔적은 잘 보이지 않고, 리더와 그 조직은 상대방의 소통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상대방의 일방통행만 있었을 따름이다. 그저 떼 쓰는 잔상만 남아 수치심을 더 할 뿐이다. 처음부터 패할 것을 전제한 반대급부 노림수를, 혹은 그 피해의식을 간파당한 뻔한 결과였다.

이는 가까운 예일 뿐, 새만금을 위시한 각종 현안들이 그동안 리더 없는 전북도민들의 어깨를 찍어 눌러왔다. 특히 토착세력이 대표로 버티고 있는 이해집단은 전라북도의 리더를 가소롭게 여기는 양태를 보였다. 게다가 리더는 사측과 노조간의 극단적인 분규상황에서 조속타결을 조정하겠다는 몇차례의 선언만 이어갔을 뿐 이렇다할 교섭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눈치만 보다가 떨어진 감을 받아먹었다는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덕분에 도민은 수개월 동안 발을 동동 굴렀다.

이런 현상은 리더십의 원칙을 삶의 중심에 놓은 리더가 없는 데서 비롯한다. 더구나 공조직은 종적 구조를 지니며 그것을 버티기 위해 힘만 잔뜩 주고 있다. 경직은 죽음에 가깝다. 이런 조직에는 무소신, 무책임, 무사명 같은 부정적 기제들이 뒤섞인 복지부동이 만연한다. 부서이기주의가 팽배하다. 부서간 공조를 기대할 수 없다.

익산시는 사뭇 그럴듯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다. 하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철마다 도시를 재편하지만 한정된 수요는 구도심 공동화를 야기하고, 상권붕괴 도미노를 일으켜 도시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 잦은 난개발은 도시의 안정화기간마저 허용하지 않는다.

익산시는 또 제법 규모있는 산업단지를 조성하지만 새만금이나 군산 같은 주변지역 여건을 간과한 탓에 미래가 불투명하다. 항만, 공항, 철도, 도로 등 물류 수송여건에서도 주변도시에 뒤쳐지는 내륙 도시가 특화없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데 수천억원씩 부채를 발생시키고, 그처럼 현실성 없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크고 작은 시설과 산업기반을 구축하는데 자꾸만 부채를 늘려 재정악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희망을 지우는 도시의 퇴행

그런 도시는 퇴행하며 존경받을 내면의 힘을 지닌 리더의 싹 조차 돋아날 토양을 짓밟고 있다. 리더 없는 도시에는 지역의 자긍심도 희박하다. 그러나 적어도 위에서 간추린 정도의 리더십이 자치단체를 운용하는 원칙일 때는 다르다. 지속적이고 주도적인 영향력이 거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전반이 함께 호흡하는 까닭에 지역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활발하다. 지역의 고민을 상시(常時) 공유하기에 해법찾기 연산이 범 도시적으로 가동된다.

이런 도시는 현안을 마주 했을 때 허둥대지 않으며, 효과적인 해결방법을 택하고, 의미 없는 악쓰기를 배척한다. 질 높은 리더십의 결과다.         

자신의 그릇된 습관을 바꾸거나 덕을 쌓지 않고, 기본 규율이나 약속을 무시하며, 겸손이 아닌 비굴한 태도가 있을 뿐, 주위 사람들의 신념이나 감정은 안중에 없는 리더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신뢰가 낮으면 의사소통은 힘겹고 시간이 많이 걸리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그런 리더가 있는 도시에 공정성과 형평성, 정의가 양심을 지배하는 원칙으로 자리잡을리 만무하다. 법칙을 거스르는 도시가 안정을 확보할 수는 없다. 분열과 멸망을 피하기 위한 미봉책만 난무하는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로컬 언론, 소통신문 창간 2주년은 기본을 생각하는 지점이다. 붕괴된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동력은 불변의 원칙이다. 신뢰가 구심점이 되지 않고는 흩어진 민심을 모으지 못하고 떠난 마음을 붙들지 못한다. 원칙을 생명으로 아는 리더십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