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옥한 땅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잡초와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다 뽑아 내고 거름을 뿌린 밭에는 불쑥 고개를 내민 풀들이 욱일승천하는 기세로 솟아올라서 농작물을 삽시간에 뒤덮어버린다. 잡초를 제거하는 일은 시점이 중요하다. 너무 여린 때에 뽑으면 새순만 뜯기고 뿌리는 남아서 목없는 풀들이 유령처럼 나타나 밭고랑은 물론 두둑 전체를 점령한다. 풀이 쇠버리면 뿌리가 너무 깊이 내려 뽑을 때 힘이 들 뿐만 아니라 흙덩어리 째 뽑혀 자칫 농작물 뿌리까지 상할 경우가 많다.

이렇게 풀을 뽑는다는 것은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주거나 거두는 것과 같이 중대한 농삿일이었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풀씨들은 어디에 숨어있었던 것일까. 그런 공포가 엄습할 때는 모든 흙들이 풀씨로 보일 정도지만 농사는 그렇게 지었다. 잡초는 농작물의 광합성을 방해하고 영양분을 빼앗기 때문에 그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는 것이 농자의 입장이다. 몇차례 풀을 뽑아내다 보면 작물은 결실을 맺는다.

하지만 생명공학기술은 농삿일에서 풀뽑는 일을 완전히 제거했다. 아주 독한 제초제를 한 번 뿌리면 작물이 결실을 맺을 때까지 잡초는 씨가 마른듯 밭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작물은 이 고독성 제초제를 마구 뿌려도 죽지 않는다. 콩과 유채 같은 작물의 씨앗에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이식해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런 작물의 제초제에 대한 안전성 덕분에 작물 내 잔류농약량은 크게 늘었다. 이런 일이 미국에서는 15년 전에 현실화 됐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해충을 죽이는 독소를 작물 스스로 만들도록한 경우도 여러 품목이 보고되고 있다. 옥수수와 면화가 대표적인 작물이다. 그러나 이같은 작물은 해충뿐만 아니라 땅 속의 유용한 미생물과 곤충, 나비, 새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쳐 해충 저항성 작물 재배지는 다른 생명체가 사라진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다.

농부는 잡초나 해충의 문제를 잊고 다른 유용한 일에 쓸 시간을 벌게 된 대신, 지속가능성은 상실하고 있다. 이렇게 전도된 가치는 수확의 과잉에 고갈을 치환하지만, 가치의 역설 안에서 고민 조차 없는 시장논리는 땅 위를 고공비행하고 있다. 특히, 교환가치에 전도된 경제적 이윤 추구는 농산물에만 고착되어있고, 그 토대인 흙의 효용가치는 애시당초 고려할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도 그런 기업에게 가치의 서열이 존재할리도 만무하다.                      

다국적 기업들의 경영철학을 보면서 그런 가치의 거론 자체가 얼마나 무기력해지는지를 모를 사람은 없다. 종자산업의 세계 2위이자 농화학산업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하는 '몬산토'는 자사의 제초제인 '라운드업'에만 저항성을 갖도록 유전자조작된 '라운드업 레디'라는 콩을 개발, 이를 제초제와 한 세트로 같이 농민들에게 팔고 있다. 몬산토는 종자와 농약을 둘 다 판매하는 이윤극대화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다국적 기업들은 종자가 다음 해에는 싹이 트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는 "터미네이터 기술", 그리고 자사의 농약을 뒤집어써야만 싹이 트도록 유전자조작하는 "트레이터 기술"을 개발, 농민들이 씨앗을 거둬들여서 다시 뿌리는 양 만큼의 종자시장을 더 차지하고, 동시에 농약도 계속 팔아먹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들의 마인드 안에는 흙과 사람이 담겨있지 않다. 이들 다국적기업의 활동은 자신의 미래마저 담보되지 않은 불나방의 날개짓 그것 이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살아있는 흙 한줌이 다이아몬드보다 비싼 지점에 서게 될 것이다. '몬산토'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 만큼 쌓인 유전자조작 콩을 불살라 없애고 제초제와 그 생산공정을 폐기처분하게 될 게 불보듯 뻔하다. 이 때 '몬산토'는 땅에서 풀이 자라고 벌레가 사는 농약을 개발해 역전을 노리는 발상전환의 주역으로 떠올라 다시 세계를 제패할 것인가.

인간의 탐욕이 부를 재앙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임계점을 넘은 자연이 어떤 변이를 일으킬지 신의 경계를 넘어 유전자까지 복제하는 생명공학도 알지 못한다.

자원순환 네트워크가 열어갈 평생학습의 장

우리는 과학이 인간을 해방시켜주리라고 기대했다. 과학으로 성취된 근대화가 낳은 문명은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는 능력을 강화시켰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신의 탐욕을 통제하지 못하며, 자연의 임계점에 무지하다.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공생해 나가는 사고는 대부분 교육에 의해 구축되지만, 그 가치를 적극적으로 사회화하지 못하고 내면화하지 못한 결과다. 이제 농산물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일은 사회전체적으로 규범화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골라서 먹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골라서 생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구성원들의 감시와 동참, 생산자의 자발적인 참여는 교육으로 실현할 수 있다. 물론 교육을 통한 새로운 가치의 제도화가 법적 강제나 힘에 의한 억압보다는 그 속도나 확산에 있어서 더디게 진행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머지 않아 재화와 먹거리의 본질적인 등가를 재평가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흙에 대한 한계효용가치를 수정해야 할 상황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지역공동체는 농업의 현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선진 열강과 다국적 기업이 자행하는 표피적인 경제 논리 또는 힘의 논리를 배척할 튼튼한 자원순환 시스템의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하다.

생산과 소비 사이에 신뢰를 구축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은 자치단체로서 경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느리지만 지속가능성을 지닌 것이 본래의 가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의식개혁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평생학습의 틀을 수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농부가 잡초와의 전쟁을 치르는 것은 순리다.

그 노동력은 무엇으로도 대체 할 수 없는 가치인 만큼 고가에 팔려야 마땅하다. 신뢰의 교환가치가 제대로 평가되고 소비와 생산이 상생하는 자원순환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 현장이 곧 평생학습의 장이다. 이는 그 어떤 인구 유출 억제책보다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자원순화 네트워크는 곧 자치단체의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