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뒷 동산, 탁 트여 구비구비 벌판을 적시며 흐르는 양양한 강을 굽어볼 수 있는 곳. 멀리 아득히 물길 따라 바람결 위로 부서지는 은파금파(銀波金波)에 영락없이 취하고야 마는 곳. 저 금강에는 얼마전 까지만 해도 고깃배가 가득 떠다니며 풍치를 더했다. 건져 올린 실뱀장어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 될 정도로 그 빼어난 윤기와 육질(肉質)을 자랑했다. 금강은 고기만 살찌운 것이 아니었다. 길게 누운 산너머 남쪽 곡창지대를 적시어 이 고장 사람들을 살찌워 왔다. 겨울철 진객 철새 무리의 군무는 또 어떤가. 이 곳 천혜의 전망대는 10여년 전까지 어떤 이의 발길이든 품어주던 쉼터였다. 웅포 사람들은 이곳에서 망중한을 즐겼고, 방문객들은 절로 올라 시인이 되어 시간을 망각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곳의 출입은 비용을 지불한 사람에게만 허용된다. 무상으로 오르려 할 경우 경비원에 가로막혀 사유시설의 여러가지 제약에 따른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곳 웅포골프장은 웅포관광지 제3지구의 관광시설 가운데 일부인데, 공익성은 온데간데 없이 탈색되고 사유화만 고착 된 것이다. 골프장의 운영 행태나, 당초 사업계획상 한 구획 안에 있어야 할 공공시설의 부재 같은 현상을 마주하면서, 즉각 한 가지 의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익산시가 당초부터 이걸 공익사업으로 추진하기는 했던 것일까.'

사업자는 2천억원 가까운 사업비를 들여 영리사업 시설만 조성하고 공공시설에는 손 조차 대지 않았다. 절반 가까운 돈이 어디로 갔는지 명료하지 않은 가운데, 자금난 때문에 더이상 일을 할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4년 전 골프장 조성이 끝나고 시범라운딩에 들어간 직후 부터 사업자가 보여 온 태도다. 그동안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다가 지금와서 사업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웅포골프장과 관련한 익산시의 원죄는 두가지다. 하나는 처음부터 명백했던 민간영리사업을 공공사업으로 둔갑시키고, 관광투자유치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토지를 강제 수용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익산시가 강제수용하여 재결하거나 매입한 관련 부지와 보유하고 있던 시유지를 사업자에게 헐 값에 넘겼다는 점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특정한 사업을 벌일 때 해당 부지의 사업 용도를 평가해서 사업자에게 부지를 매각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익산시는 사업목적에 따라 체육시설부지 용도로 변경 될 부지의 가치를 적용하지 않고, 계약전 임야의 상태로 평가해서 턱 없이 낮은 가격에 넘긴 것이다. 원칙을 어길 만한 특별한 어떤 사유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익산시가 당초 투자협약의 취지를 부정하면서 결코 고쳐서는 안될 협약을 변경해 주는 등 비참하게 끌려 온 몰골을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족쇄다.

사업자의 뚜렷한 우위을 방증하는 사례는 이 사업을 추진해 온 노정의 도처에 널려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익산시의 강박에서 설정된 관계일 가능이 높다. 이런 심리의 근저에는 익산시의 원죄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어떤 거래가 있었을까의 의혹은 나중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관계의 단초에 누가 발화점으로 작용했는가다. 이것이 웅포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핵심 키워드다.

놀랍게도 한적한 강변마을 산허리의 처녀지에 골프장 발길을 처음 낸 사람은 이 지역 상공인이었다. 또 그가 골프장을 획책하게 되는 근본적인 배경은 부동산투기 때문이었다. 마침 지금의 골프장 입구에 있던, 당시의 공장 건물과 부지를 차명을 이용해 경매로 낙찰받은 참이었다.

그의 구상은 의외로 잘 풀렸다. 당시 도지사와 익산시장은 미국 유학파들로 나름 열린 사고를 지녔다고 자부하는 이들이었고, 그가 짐짓 주창하는 '세계적인 골프도시', 그로인한 다각적인 지역경제 '기대효과' 등의 변설이 주효했던 것이다. 이 협잡꾼은 자칭 선구자들이 갖는 만용을 교묘하게 자극하여 동력으로 이용했으며, 이로 인해 골프장 조성은 여러 분야의 만류를 묵살하며 우직스럽고도 무모하게 밀어부쳐졌다.

그의 탐욕에 이끌린 당시 한국프로골퍼는 아무런 사업능력이 없는 비영리단체(KPGA)의 명칭을 차용하여 익산시와 협약을 체결했으며, 자본금 50억원을 빼내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150억원을 증자하기로 한 협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자기자본이 10원짜리 하나도 없는 회사가 익산시와 사업권을 담보하여 순전히 빚으로 골프장만 조성한 것이다. 전라북도는 이 회사가 사업을 완료하지 않았는데도 4년 전부터 계속 시범라운딩을 용인해줬고, 최소 공공시설조성사업비 80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받는 이 회사는 골프회원권 판매와 골프장 운영수익을 올리고 있다.

처녀지 유린을 속죄하라
이 회사는 이런 얼토당토 않는 행위를 연장해 나가기 위해 당초 민간투자협약을 가능케 했던 '월드골프챔피언십'을 협약기간내에 개최하는 것이 성사된 것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이 회사의 사기극에 적극적으로 발을 맞춘 도내 유수 언론사다. 이 언론사는 그동안 이 회사와 익산시를 위해서는 춤을 추었지만, 그 뿌리 깊은 비리의혹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해 왔다. 더구나 최근 익산시가 웅포골프장에 대한 사업기간 연장 불허 방침을 발표한 직후, 이 언론사의 익산시 출입기자는 이 지역 상공인, 골프장측 주요인사 등과 긴밀한 교감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 출입기자는 자신과 막역한 관계인 특정 건설업자를 골프장측에 알선했고, 그가 속한 특정 건설업체는 원청업체로부터 조경과 토목공사를 하도급 받아 공사를 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후 그 출입기자는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지만 외제 승용차를 구입했다.

도대체 익산시민들이 이들의 안중에 있기나 한 것일까. 오늘 이후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백일하에 노출될 것이다. 과거에 어떤 관계로 엮였든지 지금은 이 회사의 지근거리에 있는것 만 해도 특정 게이트의 연루자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성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