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시 공조직 내부에는 견고한 학연 카르텔의 성(城)이 축조된 듯 하다. 민선 5기 첫 인사로 비쳐지는 결과다. A 고교출신들이 각 부서의 주요 보직을 싹쓸이 한 반면, 특정 N고교출신은 좌천되기도 했다. A학연 쪽은 민선 4기에서부터 한 줄로 선명하게 주욱 늘어서서 벽돌을 쌓아왔으니, 그 두터운 성벽의 정도로 보아 앞으로 4년 동안은 무탈하게 태평성대를 이루겠다. 좌천 된 N 고교출신의 경우 지난 6.2 지방선거 과정에서 현 시장과 반대쪽 후보의 캠프를 기웃거렸다는 의혹을 샀으니,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데 대한 응징을 각오했을 터다. 공직기강을 바로세우고 일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너무나 명분이 뚜렷한 인사였다.

그러나 익산시 공직사회의 '특권 카르텔'이 민선 4기에 이어 '능력'을 상대로 계속 승리했으며, 이로 인해 조직이 향후 극심한 정체(停滯)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무방비 상태의 인사였다. 오히려 암묵적 줄세우기의 노골화는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키고, 소외받는 그룹들은 비리를 출구로 삼는 경향까지 두드러지고 있다. 또는 그런 일련의 불의(不義)들이 카르텔을 보존하려는 본능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익산시 공조직은 '특권'과 '능력'의 대결구도를 형성했고, 특권의 득세로 능력은 전의를 상실한 국면이다. 능력과 능력의 경쟁이 없는 역동적이지 못한 조직은 본질적인 면에서는 식물조직과 다름 없다.

이제, 익산시 공직사회에서는 '능력'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특권층과 그에 진입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리배 집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하지만, 피아(彼我)간에 전복(顚覆)을 목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생리 밖에 있는 일이다. 대립각이 표면화 되는 것을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공직사회란 야생성이 거세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법도로 삼는 운명공동체인 탓이다. 게다가 조직의 수장이 길들이기식의 보복인사를 일삼는다면 표면에서는 아첨과 복지부동이 만연하게 된다. 그러나 갈등과 분열이 최대한 절제된 수면 아래에서는 무차별적인 암투가 일상화 된다. 이 때의 문제는 극도로 문란해진 공직 기강을 수장이 알아채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쯤되면 오직 특권층 안으로 진입하려는, 충성을 빙자한 맹종과 조직발전을 빙자한 고자질이 난무한다. 이간(離間)과 음해(陰害)가 호시탐탐 틈을 노린다. 필연이다. 조직의 말단까지 부패한다. 상납고리가 생기고 공무원이 다른 주머니를 찬다. 주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일찌기 거대한 학맥을 이루어 조선 후기의 정약용에 이르기 까지 영향을 미쳤던 실학자 이익(李瀷)은, 제한된 관직을 둘러싼 경쟁과 대립 이 과열되고 특권 계층이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당쟁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무렵 그 폐단에 직면했다.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남북과 소론.노론으로 갈리어 물고 뜯으며 끊임없는 주검을 제물로 삼던 사색당쟁의 활극이 지금 익산시의 내부와 다르지 않으니, 당시 그가 제시한 공정한 인사관리 지표 몇가지는 유독  빛을 발한다.

그는 출신과 학벌을 고려하지 말고(不尙族姓), 풍문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며(不風聞論人), 평가도구의 타당성을 높이라(六經時務)했다. 또, 사람을 뽑아놓고 직무를 배분하지 말고, 직무에 따라 그에 맞는 사람을 선발하라(爲官擇人) 했다. 친소관계가 평가의 척도를 지배하는 익산시 공조직에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분명하다.

지표부재의 익산시 인사 결정 시스템을 바라보는 상당수 하위직들의 시계는 불투명 할 수 밖에 없다. 한켠에서 수장의 의지와 무관한 인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단정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거기에서 연유한다. 이는, 일선 인사 집행자와 최종결정권자를 매개하는 핵심 인사라인이 막후에 있는 수장의 최측근에 줄을 서 있다는 관측을 동반한다. 그 인사라인이 바로 수장의 최측근에 의해서 조각(組閣)되었다는 설에 무게가 실리며 일련의 과정이 퍼즐조각을 탈피하여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지점이다.

아무도 믿지 않는 '막후 인사 부인(否認)'

이번 인사가 수장의 정치적 보복과 최측근의 특정한 목적이 만나 잉태되었다는 확신은, 눈 앞에 목도되는 기형적으로 편향된 인사 결과에서 비롯한다. 수장이 최측근과 결별했다고 거듭 표명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 지형이다. 조직의 안정을 위해 균형을 잡으려는 최소한의 의식적인 탕평(蕩平)도 배제 된 인사였던 탓이다. "지난 6.2 지방선거 과정에서 누가 어느쪽으로 줄을 서고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풍문이 평가의 잣대가 됐다는 주장, 그걸 반박할 여지가 없는 입장이 익산시의 처지 아닌가. 조직이란 목적달성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가. 공무원을 직무에 맞춰 적절하게 잘 쓰는 일은 지역발전과 주민복리 향상의 바로미터다. 그것을 역행하는 인사가 경유하고 도착할 곳이 어디인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인사가 정치적인 평가 기준을 한사코 배척해야 하는 이유다. 능력 본위로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용인술이 수장의 제 1덕목인 배경이다.

정실을 배제하고 역량위주로 선발하며 그에 못지 않게 인재를 유지하는데 주력하면서 일단 쓰면 특별한 흠결이 없는 한 끝까지 믿어주는 미덕이 익산시에는 필요하다. 그러면서 평상시에 도덕적인가, 열정이 있는가를 살피며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일이 익산시장이 당면한 과제다. 지난 12일 성남시는 누적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채무지급유예'를 선언한 뒤 사실상 도산 상태에 빠졌다. 이 밖에도 여러 광역.기초단체들이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일년 뒤 쯤이면 자체 세입규모를 초과하는 빚더미에 올라 앉을 익산시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익산시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비리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다.      

좋은 리더를 만나면 전혀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던 인물도 날개를 단다. 수장이 아무리 뛰어난 리더라 해도 비전을 알아보고 실현해 줄 인재들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리더가 열정을 지닌 성실한 인재를 포착해 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조직은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선,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여, 그의 능력이 사사로운 곳에 분산되지 않도록 하면 목적을 지닌 조직은 활기를 띠게 된다. 소신과 소명의식에 의한 책임행정이 구현된다. 그런 기조(基調)를 정착시키고 유지하는데 리더의 역량 집중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일은 자체적인 기획과 국비 확보를 통한 삽질 예산의 사용처와 사용규모를 넓히는 일 보다 몇 곱절 더 가치가 있다. 어떤 자치단체장도 조직 구성원들로 부터 존경받지 않고서 성공을 꿈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